누군지도 모르는 매수자가 일방적으로 계약금 송금했는데…이 경우도 '배액배상' 해야 하나
누군지도 모르는 매수자가 일방적으로 계약금 송금했는데…이 경우도 '배액배상' 해야 하나
변호사들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한 것은 계약 불성립"

"나중에 팔 거라도 계좌번호 등을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중개인에게 별 생각 없이 이를 알려준 날. '계약금' 명목의 돈이 입금됐다. 현재 아파트 시세의 10% 가량이었다. /셔터스톡
세금 문제로 고민하던 A씨는 당장은 아니지만 집을 팔 생각이었다. 이에 시세도 알아볼 겸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가 난처하게 됐다. 중개인은 A씨가 내놓을 집을 본 뒤 "우리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으면 잘해주겠다"며 "나중에 팔 거라도 계좌번호 등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A씨가 알려준 계좌로 '계약금' 명목의 돈이 입금됐다. 현재 아파트 시세의 10%가량이었다. 이어 바로 계약금 관련 내용과 잔금 지급일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가 왔다. 매매를 결정한 것도 아닌데 이 상황이 그저 황당하게만 느껴진 A씨. 심지어 계약자 정보는 하나도 알 수 없는 상태.
이에 A씨는 중개인에게 곧장 전화해 "계약할 의사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어 "돈을 돌려줄 계좌번호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언제 팔든 상관없다"는 이상한 답변만 되풀이하는 중개인. 그리고는 문자에 적힌 잔금 지급일이 지나도록 계약금을 돌려받을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다. 그저 A씨의 모든 연락에 묵묵부답인 상황.
분명 잘못한 건 없지만, 이러다 괜히 자신이 계약자라는 사람에게 배액배상을 하는 등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지 걱정이다.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에 A씨가 집을 팔지 않는다고 해서 계약금을 배액배상 해줘야 할 일은 없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명재의 김연수 변호사는 "매수인(계약자)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실제로 만나서 계약서를 작성한 적도 없으니, 부동산 매매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설령 A씨가 집을 매도할 목적으로 부동산 중개인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줬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송 변호사는 "(자세한) 조건에 대한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상대방에게 통보한 것으로는 계약이 성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A씨가 가계약금을 받았지만 잔금일이 지나도록 여전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 계약 체결이 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방에게 받은 아파트 매매 계약금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김연수 변호사는 "매매계약이 불성립한 상태인 만큼 상대방이 입금한 돈은 A씨의 재산이 아니므로, 현재 상황에서는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만, 상대방 측이 '계약의 유효'를 주장하면서 배액배상을 요구하거나 중도금 지급 후 아파트 소유권이전을 요구할 수도 있다. 신후공동법률사무소의 김용대 변호사는 "추후 법적 분쟁이 예상되니, 그동안의 사실관계에 대한 녹음 등 증거를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인욱 변호사도 법정 분쟁으로 번질 경우를 대비해 "(매수인과 중개인의) 모든 대화나 전화 통화를 녹취해 놓으라"고 권했다. 이어 실제 소송으로 번지면 "입증 자료를 갖고 '매매계약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금융자료 제출명령'으로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확보해 돈을 돌려주면 된다"고 송 변호사는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