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빌려준 아들, 실업급여 부정수급 '날벼락'
명의 빌려준 아들, 실업급여 부정수급 '날벼락'
기초수급자 아버지의 생계 위한 노동이 아들의 범죄 기록으로… 법조계 '고의성 부인 어려워, 자진신고가 최선'

아버지를 도우려 명의를 빌려준 아들이 실업급여 부정수급자가 되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아버지 도우려다 '공범' 될라…명의대여가 부른 '연쇄 부정수급'의 덫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A씨에게 어느 날 고용노동부에서 연락이 왔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였다.
두 달간 받은 실업급여가 문제가 됐다. A씨는 일을 그만둔 뒤 정상적으로 급여를 신청했지만, 자신도 모르는 소득이 잡혀 기준을 초과했다는 것이다. 이 소득의 주인은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 B씨였다.
아버지의 땀, 아들의 족쇄가 되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A씨의 아버지 B씨는 소득이 거의 없어 정부 지원으로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자다. 하지만 B씨는 부족한 생계비를 보태기 위해 지난 4~5년간 아들 A씨의 이름을 빌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왔다. 아들은 아버지를 돕는다는 생각에 선뜻 명의를 빌려줬다.
문제가 터진 것은 A씨가 직장을 잃고 실업급여를 신청하면서부터다. A씨가 실업급여를 받던 지난 7월과 8월, 아버지 B씨는 여전히 아들의 이름으로 일하며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이 소득이 고스란히 A씨의 소득으로 잡혔고, 실업급여 수급 조건인 '소정근로일수 미달' 기준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결국 시스템은 A씨가 일하면서 실업급여를 타낸 '부정수급자'라고 판단했다.
실업급여 넘어 기초수급까지… '연쇄 부정수급'의 덫
상황은 A씨의 실업급여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아버지 B씨는 기초수급자 신분으로 소득 활동을 하면서 이를 신고하지 않았기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정수급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B씨는 그간 받은 기초수급비를 반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급 자격 자체가 박탈될 수 있다.
A씨 역시 고용보험법에 따라 부정하게 받은 실업급여 반환은 물론, 고용보험법 제62조와 제116조에 근거해 부정수급액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추가 징수금과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아버지를 도우려던 선의가 '연쇄 부정수급'이라는 덫이 되어 부자(父子)를 옥죄는 형국이다.
알면서 빌려줬다면 '공범'… 법조계 '자진신고만이 감경 유일한 길'
법조계에서는 A씨가 '몰랐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한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명의를 빌려준 사실을 인지한 이상, 부정수급 발생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용인한 '미필적 고의(범죄 결과 발생을 확신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을 인지하고 받아들인 심리 상태)'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즉, 명의를 빌려준 행위 자체가 부정수급의 '공범'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유일한 탈출구는 '자진신고'다. 현행 고용보험법은 부정수급을 자진신고할 경우 부정수급액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추가징수금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수사 단계나 재판 과정에서도 자진신고 사실은 형량을 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되므로, 최대한 빨리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강조된다.
결론적으로 선의로 시작된 명의 대여가 부자 모두를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이번 사례는 아무리 가족 간의 일이라도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복지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부정수급을 막고 예상치 못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는, 모든 소득을 정직하게 신고하는 사회적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