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고 안 했다'는 욕설, 법의 심판 피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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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고 안 했다'는 욕설, 법의 심판 피할 수 있나

2026. 06. 15 12:2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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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 허위 소문과 욕설…'무고죄'보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현실적

주어 없는 욕설이나 허위 소문도 맥락상 대상이 명확하면 모욕죄·명예훼손이 성립 가능하다. / AI 생성 이미지

"업무 중에 '씨X' 같은 욕설을 수십 번 퍼붓고는 '너한테 한 말 아니다'라고 발뺌합니다. 심지어 저를 가해자로 몰아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허위 소문까지 퍼뜨립니다."


한 직장인이 동료의 상습적인 언어폭력과 이간질에 시달리다 결국 법적 대응을 고민하게 됐다. 녹음 파일과 목격자까지 확보했지만, 과연 '주어 없는 욕설'을 처벌하고, 허위 소문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현실적인 해법을 짚어봤다.


"주어는 없었다"는 변명, 법정에서 통할까?


직장인 A씨는 동료 B씨의 반복되는 욕설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B씨는 A씨와 업무 대화를 하던 중 맥락에 맞지 않게 감정적인 욕설을 뱉어내고도, "특정인을 지칭한 게 아니라 개인적인 감정 표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는 B씨의 욕설이 담긴 녹취 파일과 이를 들은 동료 직원의 증언까지 확보한 상태다. 이런 경우 B씨의 '주어 없는 욕설'도 처벌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 반드시 피해자의 이름을 명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용준 변호사(법률사무소 한강)는 "상대방이 '씨X'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특정인을 직접 호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더라도, 당시 대화 경위와 맥락상 누구를 향한 말인지 참석자들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면 모욕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법원은 대화의 전후 상황과 현장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욕설의 대상을 판단한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 역시 "질문자님과 가해자가 대화를 나누던 대화 주체자 간의 정황, 대화의 맥락, 그리고 이를 현장에서 함께 들은 부서 내 증인의 존재 등을 종합할 때, 제3자가 보아도 질문자님을 향한 욕설임이 명백히 이해된다면 특정성이 인정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B씨의 변명은 법정에서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내가 피해자'라는 허위 소문, 처벌 수위는?


B씨의 괴롭힘은 욕설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관리자와 동료들에게 "A씨에게 부당한 대우와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등 사실과 다른 소문을 퍼뜨려 A씨를 가해자로 둔갑시켰다.


이처럼 허위 사실을 퍼뜨려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한대섭 변호사(모두로 법률사무소)는 "동료가 다른 직원이나 부서 관리자에게 귀하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고 거짓 보고를 하고 소문을 낸 행위는, 형법 제307조 제2항에 따른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여러 직원에게 소문이 퍼져 나갔다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의미하는 '공연성' 요건도 충족된다.


다만 김태안 변호사(법무법인 KB)는 "회사에 고충을 제기한 형식이면 공익적 신고나 의견표명으로 다투어질 수 있어, 표현별로 분리해야 한다"며,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식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섣부른 '무고죄' 고소는 위험…왜?


억울함이 극에 달한 A씨는 B씨를 '무고죄'로 고소하는 것까지 생각했다. 자신을 가해자로 몬 것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무고죄 적용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무고죄의 성립 요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서아람 변호사(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는 "상대방이 단순히 허위 사실을 말한 정도로는 부족하고, 수사기관이나 징계기관에 허위 사실을 신고하여 형사처분이나 징계를 받게 할 목적으로 고의적인 신고를 해야 문제가 됩니다"라고 지적했다.


B씨처럼 회사 내부 관리자에게 허위 내용을 보고한 것만으로는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한 신고'라는 무고죄의 핵심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무고죄보다 명예훼손 혐의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형사 고소 전, 가장 효과적인 첫걸음은?


그렇다면 A씨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대응책은 무엇일까? 다수의 변호사들은 성급한 형사 고소에 앞서,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절차를 적극 활용하라고 입을 모은다. 감정적인 호소 대신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회사에 공식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조언이다.


권장안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온기)는 "보고서는 '형사 고소 예고'만으로 구성하기보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구조로 (1) 사실관계, (2) 증거, (3) 회사의 조사·보호조치 요청을 명확히 적는 방식이 안전하고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는 그 자체로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된다. 조기현 변호사는 그 효용에 대해 "이러한 객관적인 보고서는 가해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강력한 인사 징계 조치를 내리도록 압박하는 도구가 되며, 추후 형사 고소 시 가해자의 상습성과 반성 없는 태도를 처벌 기관에 증명하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사내 절차를 통해 확보된 공식 기록이 향후 법적 다툼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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