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만명 떨게 한 '패륜사이트' AVMOV 수사, 기록 지워도 소용없는 이유
54만명 떨게 한 '패륜사이트' AVMOV 수사, 기록 지워도 소용없는 이유
수사망 좁혀오자 이용자들 사이에서 '기록 지우는 법' 공유
변호사 "스스로 무덤 파는 짓"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다. 회원이 54만 명에 달하는 불법 촬영물 공유 사이트, 일명 'AVMOV'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다. 이곳은 단순한 음란물 사이트가 아니었다. 가족, 연인, 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영상이 돈과 포인트로 거래되는, 그야말로 인륜을 저버린 '패륜사이트'였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몰랐다"고 발뺌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는 "단순 시청도 처벌 대상이며, 기록 삭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4일 방영된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다뤄진 내용을 토대로 법적 쟁점을 분석해봤다.
경찰, 서버 확보했다... "초기화는 최악의 수"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경찰이 해당 사이트의 서버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방송에 출연한 김강호 변호사(법무법인 로엘)는 "경찰이 문제의 사이트 서버를 확보하면서 실제 이용 내역과 결제 기록, 접속 정보까지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용자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대목이다. 서버에는 누가, 언제, 어떤 영상을 봤는지, 포인트는 어떻게 쌓았는지에 대한 '디지털 지문'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불안감을 느낀 일부 이용자들은 시청 기록을 삭제하거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개인 휴대폰만 보는 게 아니라 이미 확보한 서버 기록과 결제 내역을 통해 이용 사실을 확인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기를 초기화하면 범죄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의도로 해석돼 증거인멸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르고 봤다"... 법원, 객관적 정황 본다
이용자들의 주된 변명 중 하나는 "불법 촬영물인 줄 모르고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런 주장이 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영상 썸네일, 제목, 설명, 댓글 내용 등을 통해 일반적인 이용자라면 불법 촬영물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라며 "무료 시청이 아닌 유료 결제나 포인트 적립을 반복했다면 단순 착오보다는 인식하고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단순 시청만 해도 '징역형' 가능... 법적 처벌 수위는
가장 큰 관심사는 처벌 범위다. 운영자나 유포자가 중형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순히 영상을 보기만 한 사람도 처벌될까? 김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시청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확히 밝혔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에 따르면, 불법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스트리밍으로 잠깐 본 행위조차 범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의미다.
끝나지 않는 피해자의 고통... "제도 인식 바뀌어야"
가해자들이 처벌을 걱정하는 사이, 피해자들은 '디지털 감옥'에 갇혀 있다. 사이트가 폐쇄된 것처럼 보여도, 도메인을 바꾸거나 위장 폐쇄를 통해 운영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자신의 영상이 어디까지 퍼졌는지도 모른 채 공포 속에 살고 있다"며 "삭제를 요청해도 이미 다른 곳에 재유포된 경우가 적지 않고,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만약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변호사는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영상 화면 캡처나 URL 등 증거를 확보한 뒤 즉시 디지털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가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두려움에 증거를 지우는 행위는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절대 금물이다.
이번 수사가 단순한 사이트 폐쇄를 넘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안이한 인식을 뿌리 뽑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