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깼더니 모르는 여자가…" 팬심 뒤에 숨은 '사생팬' 범죄, 어디까지 처벌되나
"자다 깼더니 모르는 여자가…" 팬심 뒤에 숨은 '사생팬' 범죄, 어디까지 처벌되나
연예인 숙소 무단 침입부터 항공편 정보 불법 거래까지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실형 선고 잇따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한밤중 잠에서 깼는데, 모르는 여성이 제 침대 발치에서 저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룹 동방신기 출신 가수 김재중 씨가 한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사생팬' 일화다. 이는 단순한 팬심을 넘어 한 개인의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까지 침범한 명백한 범죄 행위다.
과거 극성 팬 정도로 여겨졌던 '사생'의 행태는 이제 '사생범'이라 불릴 만큼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최근 아이돌 그룹 NJZ(엔제이지)의 전 숙소에 침입해 옷을 훔친 팬이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BTS 멤버 뷔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잠복해 있던 여성이 결혼 서류를 건네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처럼 선을 넘는 행위가 반복되자, 법원도 더는 이를 가볍게 보지 않는 추세다. 24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박민희 변호사는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사생활이 공유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심리가 위험한 범죄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GPS 추적·항공편 해킹…진화하는 스토킹 수법

최근 스토킹 범죄는 첨단 기술과 결합해 더욱 치밀해지는 양상이다. 가수 김재중 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하지마'라는 곡에서 "내 몸 어딘가에 내 차 밑에 GPS,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너는 어찌 알고 있는데 무서워서 어떡해"라는 가사를 통해 피해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연예인 항공편 정보 30만 원'과 같은 불법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멤버 태현은 비행기 좌석의 기내식이 임의로 변경된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누군가 항공 시스템에 불법적으로 접근해 정보를 바꾼 것이다.
박민희 변호사는 "소속사나 항공사 관계자를 사칭해 정보를 빼내거나, 돈을 받고 정보를 파는 범죄 조직까지 적발된 바 있다"며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사고파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외국인도 예외 없이 '실형'
2021년 10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과거 경범죄로 취급되던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이 무거워졌다. 법 시행 이후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룹 비·김태희 부부를 10차례 이상 찾아가 초인종을 누른 40대 여성은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40시간의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았다. 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 씨를 1년 반 동안 오토바이로 쫓아다닌 스토커 역시 마찬가지다.
외국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대한민국 형법은 국내에서 죄를 지은 모든 내·외국인에게 적용된다. BTS 멤버 진에게 기습적으로 입맞춤한 일본인 팬이나, 정국의 자택에 무단 침입을 시도한 중국인 팬 역시 한국 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솜방망이' 지적 여전…피해자 보호 조치 강화해야
하지만 여전히 처벌이 가해자의 행위에 비해 가볍다는 '솜방망이 처벌' 논란은 계속된다. 박 변호사는 "많은 사건이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쳐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가해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 수사기관의 적극적 기소 ▲재범 가능성을 판단하는 누적 기록 관리 시스템 ▲법령상 스토킹 행위 기준 구체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는 스토킹 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박 변호사는 "반복적인 스토킹으로 업무에 차질이 생겼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면, 구체적인 기록과 진단서를 통해 충분한 배상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자나 인스타그램 DM 캡처, 선물·편지 등 실물 증거, CCTV나 블랙박스 기록,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일지 등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