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1.3억 사기 혐의에 "그냥 준 돈" 반박… '증여' 주장 통할까
이천수, 1.3억 사기 혐의에 "그냥 준 돈" 반박… '증여' 주장 통할까
명시적 변제 약속 있었다면 '증여' 주장 성립 어려워
차용 당시 변제 능력·의사가 쟁점

전 축구 국가대표 이천수씨가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연합뉴스
전 축구 국가대표 이천수(44) 씨가 수억 원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CBS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씨의 오랜 지인 A씨는 이씨가 2018년 "생활비를 빌려달라"며 "2023년 말까지 갚겠다"고 약속한 뒤, 총 1억 3200만 원을 받아 가고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씨 측은 "돈을 받은 건 맞다"면서도 "A씨가 그냥 쓰라고 준 돈이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사기는 기망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인 사이의 금전 거래가 차용이냐 증여냐를 두고 법적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이천수 씨의 반박은 법적으로 타당할까.
빌려준 돈(소비대차)인가 그냥 준 돈(증여)인가
이씨 측의 첫 번째 주장은 A씨가 준 돈이 '증여'였으므로 갚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증여'(민법 제554조)가 성립하려면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해야 한다.
반면 A씨가 주장하는 '소비대차'(민법 제598조)는 빌려주는 사람이 금전을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빌리는 사람이 "같은 금액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해야 성립한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돈의 성격은 돈을 주고받을 당시의 의사가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고소장에 드러난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이씨 측의 '증여'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다.
A씨는 이씨가 명시적으로 "생활비를 빌려달라"고 요청했고, "2023년 말까지 모두 갚아주겠다"고 변제 기한까지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빌려달라'와 '갚겠다'는 표현은 증여가 아닌 소비대차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1억 3200만 원이라는 고액을 단순히 "그냥 쓰라고" 준 것으로 보기는 상식적으로 어렵고, 2018년부터 2021년까지 9회에 걸쳐 장기간 나눠 송금한 점 역시 일회성 증여가 아닌 지속적인 차용 관계였음을 시사할 수 있다.
'기망의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
이씨 측의 두 번째 주장은 "기망의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사기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는 법리적으로 정확한 지적이다.
사기죄(형법 제347조)가 성립하려면 돈을 빌릴 당시, 상대를 속여 돈을 받아내려는 '편취의 범의(고의)'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으나 나중에 사정이 어려워져 갚지 못하게 된 경우는 형사상 사기죄가 아닌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
법원은 이 '편취의 범의'를 판단할 때,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돈을 빌릴 당시의 재력, 환경, 거래 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한다.
하지만 이 주장 역시 고소장 내용과는 배치되는 지점이 있다. A씨에 따르면 이씨는 돈을 빌릴 당시 스스로 "당장 이렇다 할 수입이 없다"고 말해, 변제 능력이 부족함을 시사했다.
만약 이씨가 약속한 변제기에 돈을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음에도 갚을 것처럼 속여 돈을 빌렸다면, 이는 '편취의 범의'로 인정될 수 있다.
A씨의 주장대로 이씨가 약속한 기한까지 "한 푼도 변제하지 않았고" 2021년 가을 무렵부터 "연락을 끊었다"면, 이는 돈을 빌릴 때부터 변제 의사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강화하는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찰은 이씨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입건된 만큼, 돈을 주고받을 당시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과 이씨의 변제 능력 및 의사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한편, 이씨 측은 A씨가 주장한 5억 원대 외환선물거래 투자 권유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