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1시간 타고 집 앞까지'...3년간 '소름 돋는' 구애, 법원 "해고 정당"
'버스 1시간 타고 집 앞까지'...3년간 '소름 돋는' 구애, 법원 "해고 정당"
"온몸에 소름이 돋고 손발 떨려"
명확한 거부에도 집착, 벌금 200만원 청구된 버스 기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직장 동료에게 수년 동안 거절 의사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구애 행위를 지속한 버스 기사에 대해 법원이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해당 행위가 단순한 연애 감정을 넘어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에 해당하며, 나아가 스토킹 범죄로까지 이어진 심각한 비위임을 인정한 결과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A 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며, 해고가 부당하다고 본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서울행정법원 2025. 7. 17. 선고 2024구합69623 판결).
반복되는 선물과 집착에 피해자는 '공포'
피고 보조참가인인 버스 기사 B(가해자)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같은 회사 동료인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선물을 주거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거는 등 일방적인 애정 표현을 반복했다.
피해자는 B에게 식사 제안을 두 번 모두 거절하고, 2020년 5월 이후부터는 명시적으로 거절 의사를 표현했다.
심지어 2021년 3월경에는 "주인 찾아가세요. 마지막 경고입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받은 선물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B의 행위는 멈추지 않았고, 급기야 2022년에는 피해자가 운행하는 버스에 1시간 동안 탑승한 뒤 피해자의 집 앞에서 내리면서 기다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피해자는 "참가인이 버스에 타고 있다가 내려서 기다린다고 말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고 손발이 떨려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밤에 버스 충전을 하고 있는데 참가인이 다가왔고, 너무 무서워서 오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피해자는 결국 A 회사에 고충처리 신고를 했고, B는 이 행위로 인해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이 청구되기도 했다.
중노위와 법원의 '엇갈린' 판단: 해고 사유 인정 범위 차이
A 회사는 B의 지속적인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계 해고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 사유 4개 중 '직장 내 성희롱'만 인정했을 뿐, '직장 내 괴롭힘'은 B의 우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인정했다.
이에 따라 중노위는 해고 징계가 과중하다고 판단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중노위의 판단이 부당하다고 보며, B의 행위는 '직장 내 성희롱'과 더불어 '직장 내 괴롭힘'도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상급자 아니어도 괜찮아"...사실상의 우위를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 성립
법원은 우선, B의 비위행위가 피해자의 명시적 거절에도 불구하고 수년에 걸쳐 반복된 만큼,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B에게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이 청구된 점도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더 나아가 법원은 중노위가 부정한 '직장 내 괴롭힘'도 인정했다.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에서 '관계의 우위성'은 직급의 고하를 떠나 사실상의 우위만으로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B가 피해자보다 나이가 3살 많고 입사 경력이 2년 빠른 선배 기사라는 점 ▲회사 내 남성 직원이 압도적 다수(약 600명 대 40명)인 환경에서 B가 동료 기사에게 '싸워서 풀어주려고 했다'는 등 해명하면서 피해자와 사귄다는 소문이 돌게 만든 점 ▲피해자가 명백히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앞차하고 요즘도 버스 안에서 대화 중이신가? 앞차는 기다렸다가 퇴근도 같이 한다며" 등 피해자를 비난하는 발언을 동료들에게 공개적으로 한 점 등을 근거로 B에게 관계의 우위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 "개전의 정 없고, 피해자 보호 위해 고용관계 유지 불가"
법원은 이처럼 '직장 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모두 인정되는 상황에서 해고 징계가 과도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재판부는 A 회사가 근무조를 변경해 분리 조치까지 했음에도 B가 비슷한 행동을 반복했고, 피해자가 고충을 공론화하자 오히려 공개적으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태도를 보인 점을 지적했다.
법원은 "피해자나 사용자 모두 장기간에 걸쳐 참가인의 비위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취하였는데도 모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였음을 고려하면, 별다른 개전의 정이 없어 보이는 참가인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한편 직장 내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더 이상 참가인과의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본 원고의 판단은 충분히 합리적인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은 징계 사유 일부만을 인정하며 해고가 부당하다고 본 중노위 재심판정은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