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00m 음주운전, 면허취소는 가혹?…'생계형 운전자'의 법정 다툼
단 100m 음주운전, 면허취소는 가혹?…'생계형 운전자'의 법정 다툼
혈중알코올농도 0.138% 엔지니어, 직장·결혼 잃을 위기… 법조계, 구제 가능성 두고 '공익'과 '개인 사정' 저울질

혈중알코올농도 0.138% 상태로 100m를 음주운전한 '생계형 운전자' A씨가 면허 취소 위기에 처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단 100m 음주운전, 면허취소 위기… 법원, '생계형 운전자' 구제할까
단 100m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놓인 한 엔지니어의 사연이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혈중알코콜농도 0.138%라는 높은 수치가 측정된 가운데, 운전이 필수적인 '생계형 운전자'라는 개인의 절박한 사정이 법원의 판단을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리운전 실패 후 100m 운전… 면허취소 기준 훌쩍 넘겨
내년 결혼을 앞둔 출장 엔지니어 A씨에게 운전면허는 생계 수단 그 자체였다. 사건 당일, 1차 회식 후 대리운전으로 2차 장소까지 이동했던 그는 2차 회식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려다 난관에 부딪혔다. 늦은 밤 대리운전 호출이 번번이 실패하자, 불과 100m 거리의 숙소까지 직접 운전대를 잡는 안일한 판단을 내렸다.
상가 주차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음주단속에 적발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38%로 측정됐다. 이는 도로교통법상 면허 취소 기준(0.08% 이상)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A씨는 "면허가 취소되면 출장 업무가 불가능해 직장을 잃고, 예정된 결혼까지 파탄 날 위기"라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은 별개… '벌금'과 '면허취소'의 갈림길
음주운전 적발 시 운전자는 두 가지 절차를 동시에 겪게 된다. 하나는 벌금이나 징역형을 결정하는 '형사 절차'이고, 다른 하나는 면허정지·취소를 다루는 '행정 절차'다. 두 절차는 서로 독립적으로 진행되므로, 각각에 맞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형사재판에서는 초범인 점, 깊이 반성하는 태도 등을 부각해 처벌 수위(벌금 등)를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반면, 면허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경찰의 면허취소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별도로 제기해야 한다.
법조계 "0.1% 넘으면 구제 비관적"… 개인 사정보다 '사회적 공익' 우선
법조계 다수는 면허 구제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본다. 혈중알코올농도 0.1%를 넘어가면 구제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0.1%를 초과하면 생계형 운전자라 해도 행정심판을 통해 구제받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다.
법원이 개인의 사정보다 음주운전 근절이라는 '사회적 공익'을 훨씬 중대하게 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오승윤 변호사는 "법원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해악 방지라는 공익을 개인의 사정보다 중시한다"며 "생계유지를 이유로 면허취소 처분을 번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현실을 짚었다.
희박한 가능성 속 '재량권 남용' 주장… 반격의 실마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일부 변호사들은 '다퉈볼 만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이 제시하는 반격 카드는 행정소송에서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면허취소 처분이 위법은 아니더라도, 이번 사안의 경중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해 행정청이 가진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다투는 전략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음주운전 초범인 점 ▲운전 거리가 100m로 극히 짧은 점 ▲면허 취소 시 실직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해지는 점 등을 근거로 재량권 남용을 주장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 역시 "음주 수치가 높다는 불리함은 명백하지만, 생계형 운전자라는 특수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순간의 실수가 혹독한 대가로 돌아온 상황. 법원이 개인의 절박한 사정과 음주운전 근절이라는 사회적 공익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법의 저울은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