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나 남았다"는 말에 덜컥 계약…1000만원, 돌려받을 수 있을까?
"딱 하나 남았다"는 말에 덜컥 계약…1000만원, 돌려받을 수 있을까?
미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 ‘충동 계약’ 후폭풍…‘방문판매법’ 적용 여부가 최대 쟁점

'마지막 한 채'란 말에 아파트 계약 후 후회한다면 '방문판매법' 적용 여부가 계약금 반환의 열쇠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마지막 한 채"라는 말에 홀린 듯 1000만원을 보냈지만, 하루 만에 후회가 밀려온다. 과연 아무 손해 없이 이 계약을 무를 수 있을까.
"지금 계약 안 하면 이 기회는 없어요. 딱 하나 남았습니다."
분양대행사 팀장의 다급한 목소리에 A씨는 홀린 듯 1차 계약금 1000만원을 이체했다. 지인의 끈질긴 권유로 마지못해 찾은 미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모델하우스 문을 나서는 순간,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지인 전화도 방문판매?"…계약금 반환의 열쇠, ‘방문판매법’
A씨가 1000만원을 위약금 없이 돌려받을 유일한 희망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이다. 이 법은 전화로 소비자를 유인해 계약을 체결하는 ‘전화권유판매’의 경우,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안에 자유롭게 청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A씨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하는지가 최대 쟁점이다.
법무법인 대환의 김상훈 변호사는 "상대방의 권유로 제3의 장소(모델하우스)에 방문해 계약했다면 전화권유판매에 해당한다"며 "속히 철회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공간과길의 권문규 변호사 역시 "권유자가 지인이라도 방문판매법 적용 대상"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내용증명을 보내 철회 의사를 남겨야 한다"고 같은 의견을 냈다.
"스스로 갔다" vs "전화에 이끌렸다"…엇갈린 법조계 시선
하지만 모든 전문가의 의견이 같지는 않다. 일부 변호사들은 A씨가 ‘스스로’ 모델하우스를 찾아갔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법률사무소 율선의 홍경열 변호사는 "통신상 권유를 받았더라도 본인이 상담 약속을 잡고 이동해 계약했다면 방문판매법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법무법인 게이트의 김범석 변호사도 "모델하우스를 직접 방문했기 때문에 방문판매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단순 변심으로 계약을 취소하면 민법에 따라 계약금을 포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A씨는 1000만원을 해약금으로 포기해야만 계약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필서명, 그 자체로 ‘족쇄’…“서명확인서 없어도 유효”
A씨는 계약 시 필요한 ‘본인서명사실확인원’을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이 서류가 없으면 계약이 불완전한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답변은 단호했다.
권문규 변호사는 "자필서명은 본인서명사실확인원이 없더라도 그 자체로 효력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김상훈 변호사 역시 "계약서는 유효하게 작성된 것이므로 서류 미제출을 이유로 효력을 다투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CTV나 필적 감정 등 증거 확보가 쉬운 상황에서 서명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골든타임’은 14일…“내용증명으로 싸움의 흔적 남겨야”
의견은 갈리지만, 다수 변호사들은 ‘일단 행동하라’고 입을 모은다. 방문판매법 적용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계약일로부터 14일이라는 ‘골든타임’ 안에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클리어 법률사무소의 김동훈 변호사는 "빠르게 청약철회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1차 계약금 1000만원을 포기하고 무대응하면, 2차 계약금까지 지급하라는 소송이 들어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A씨가 택할 최선의 방안은 계약 후 14일이 지나기 전에 판매업자에게 ‘청약 철회’ 의사를 담은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는 것이다.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경우, 이 내용증명은 A씨가 법이 보장한 권리를 제때 행사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