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버리겠다' 1년 반 가출 아내, 문 안 열어준 남편은 정당했나
'죽여버리겠다' 1년 반 가출 아내, 문 안 열어준 남편은 정당했나
법조계 "정당한 주거권 방어"
장인 협박은 형사처벌감, 이혼소송엔 결정적 증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죽여버리겠다." 1년 6개월 만에 나타난 아내의 귀가를 거부하자, 남편 A씨가 장인에게 들은 말이다. 18개월간 자녀 양육 의무마저 저버렸던 아내의 갑작스러운 귀가 요구와 이어진 폭언·협박. 평온했던 일상은 순식간에 공포로 변했다. 과연 A씨의 대응은 법적으로 정당했을까?
18개월 만의 귀가 통보, 굳게 닫힌 현관문
사건은 지난밤 9시 30분, 1년 6개월간 집을 나갔던 아내가 돌연 "집에 들어가겠다"며 바뀐 도어락 비밀번호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A씨가 "양육과 동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거절하자, 아내와 장인, 장모는 1시간 넘게 현관문을 두드리고 수십 차례 전화를 거는 등 소란을 피웠다. 결국 A씨는 경찰에 신고해야 했다.
여기서 첫 번째 법적 질문이 생긴다. 혼인 관계가 유지 중인데, '내 집'에 들어오겠다는 아내를 막아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행동은 정당방위에 가깝다.
한병철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아내가 1년 6개월 이상 별거하며 실질적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법적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
남희수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 역시 "오히려 아내가 동거·부양 의무를 장기간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이혼 소송에서 더 크게 고려될 것"이라며 A씨의 주거 평온권이 더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직장까지 쫓아온 공포, '죽여버리겠다' 협박
공포는 다음 날 직장까지 이어졌다. 회사 근처로 찾아온 장인은 "왜 전화를 안 받느냐"며 고성을 지르고 "죽여버리겠다", "넌 정신병자"라는 폭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회사에 들어가 망신 주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이날도 112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장인의 행위는 단순한 가족 간 다툼이 아니다. 명백한 범죄다. 김대희 변호사(파이브스톤즈 법률사무소)는 "'죽여버리겠다'는 발언은 형법상 협박죄, 회사에 찾아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 찾아온다면 스토킹범죄로도 고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회사 동료들이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정신병자"라고 외친 것은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 김준성 변호사(법무법인 공명)는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을 통해 주거지와 직장 접근은 물론 전화나 메시지까지 막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아이러니 이혼 법정 문을 활짝 연 '자충수'
역설적이게도 아내와 장인의 이러한 행동은 이혼 소송에서 A씨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거가 될 전망이다.
아내의 1년 6개월간의 가출은 민법 제840조가 정한 재판상 이혼 사유 중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에 해당한다.
여기에 장인의 협박은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는 또 다른 이혼 사유를 추가한다.
조선규 변호사(법무법인 유안)는 "장인의 폭언과 협박은 혼인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 났음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라며 "이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인 위자료 액수를 산정할 때 A씨에게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A씨가 걸어 잠근 문은 법적으로 정당한 방어였고, 오히려 아내와 장인이 세차게 두드린 문이 이혼 법정의 문을 활짝 연 셈이 됐다.
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폭력을 경계하라
이번 사건은 '가족'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폭력의 방패막이로 사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법이 이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A씨처럼 '그래도 가족인데'라는 생각에 폭언과 협박을 참고 넘기려 한다. 하지만 법은 감정 이전에 개인의 안전과 평온한 삶을 보호하는 것을 우선한다.
장인의 행위는 가족 간의 다툼이 아닌, 한 개인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폭력은 관계 회복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쐐기'가 될 뿐이다.
위기의 순간,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감정적 호소가 아닌, 경찰 신고 기록과 녹음 파일 같은 냉정한 증거와 단호한 법적 절차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