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분노가 부른 '아동보호재판'…두 아이·치매 장인 부양하던 가장의 실수
순간의 분노가 부른 '아동보호재판'…두 아이·치매 장인 부양하던 가장의 실수
훈육인가 학대인가, 벼랑 끝에 선 아버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두 아이와 치매 장인을 부양하던 한 가장이 훈육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연달아 신고당해 아동보호재판을 받게 됐다. 6년간 가정을 지켜온 A씨는 순간의 분노로 아동학대 가해자라는 꼬리표와 함께 가정 파탄 위기에 내몰렸다.
A씨는 지난 6년간 사실혼 관계의 아내와 두 아이, 그리고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는 장인까지 부양하며 가정을 이끌어왔다. 비극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아이를 꾸짖다 순간 격분해 벽에 던진 머리빗이 튕겨 나오며 아이의 눈썹 부위를 찢는 사고로 번졌다. A씨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항변했지만, 학교 측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고 법원에서 상담 교육까지 이수해야 했다.
한 번의 실수는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홀로 병든 장인을 돌보던 A씨가 딸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거절당하자 또다시 언성을 높인 것이 화근이 됐다. 이 모습을 본 딸 친구의 부모가 A씨를 재차 신고한 것이다. 두 번째 경찰 조사를 받은 A씨의 집으로 날아온 것은 법원의 ‘아동보호재판’ 통지서였다.
설상가상으로 아내마저 “아프다”며 집을 나가 병원에 입원했고, 사실혼 관계는 파탄 직전에 놓였다. A씨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신세가 됐다.
'튕겨나간 빗'과 '고함', 법의 눈에는 모두 '학대'인가
변호사들은 A씨 사건을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목적으로 하는 ‘아동보호사건’으로 봤다.
법률사무소 엘엔에스 김의지 변호사는 “아동보호사건은 처벌보다 아동의 보호와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이 가볍게 끝나리라 예단하기는 이르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두 차례나 신고가 이뤄진 재범 사안이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처분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행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는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고함이나 폭언 등으로 정신건강을 해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까지 모두 금지하고 있다.
어떻게 형량 낮추나
변호사들은 A씨가 법정에서 ‘진심 어린 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노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더든든 추은혜 변호사는 “홀로 치매 장인을 부양해온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되, 감정적 호소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 변호사는 “정신과 치료 및 상담 기록, 구체적인 분노 조절 및 양육 계획서를 준비해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객관적 자료로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학대 아빠' 꼬리표, 양육권과 재산분할에 미칠 영향
아동학대 혐의는 사실혼 관계 해소에도 치명타를 날린다.
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는 “아동학대 재판 결과는 향후 이혼 소송 시 위자료, 재산분할은 물론 양육자 결정에 매우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혼 관계라도 헤어질 때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자녀 양육권자를 정해야 한다. 법원은 오직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 기준으로 양육자를 결정하기에, 학대 혐의를 받는 A씨가 양육권을 지키기는 매우 어려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