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구 싸움 말리려다 졸지에 공범 신세…법정서 공개된 CCTV 영상은
[단독] 친구 싸움 말리려다 졸지에 공범 신세…법정서 공개된 CCTV 영상은
호텔 계단서 벌어진 22세 여성과의 난투극
검찰 "머리채 잡고 공동상해" 기소
법원 "싸움 말린 정황 뚜렷" 무죄 선고
![[단독] 친구 싸움 말리려다 졸지에 공범 신세…법정서 공개된 CCTV 영상은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78565912551686.jpg?q=80&s=832x832)
일행의 싸움을 말리다 공동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가 CCTV와 진술 신빙성 문제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로톡뉴스
싸움을 말리려던 사람이 졸지에 공동폭행 가해자로 몰렸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일행의 싸움을 뜯어말리다 공동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A씨가 억울한 누명을 벗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호텔 계단서 벌어진 난투극…"머리채 잡고 손가락 뜯었다" 공동상해 기소
사건은 2023년 6월 6일 오전 7시경, 인천 서구의 한 호텔 2층 계단 앞에서 벌어졌다.
피고인 A씨와 일행 B씨는 피해자 C씨(여·22세) 일행과 시비가 붙어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B씨가 C씨의 검지 손가락을 손톱으로 세게 잡아 뜯어 14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열상을 입혔다.
검찰은 A씨 역시 B씨와 합세해 C씨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며 이들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상 공동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같이 때렸다" vs "말리려 손을 잡았을 뿐"…엇갈린 진술
재판의 핵심 쟁점은 A씨가 실제로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으며 폭행에 가담했는지 여부였다.
A씨는 경찰 조사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B와 C가 서로 머리카락을 잡고 싸우는 것을 말리려고 양손으로 두 사람의 손을 떼어놓으려 했을 뿐, C의 머리카락을 잡은 사실이 없다"며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했다.
반면 피해자 C씨 측은 "A씨가 B와 함께 머리카락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고 맞섰고, 다른 일행 역시 경찰 조사에서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린 가운데, 사건의 진실은 뜻밖의 곳에서 풀리기 시작했다.
CCTV에 담긴 반전과 흔들리는 증언…"때리긴커녕 오히려 싸움 말렸다"
법정에서 공개된 현장 CCTV 영상은 A씨의 억울함을 증명하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영상 속 A씨가 C씨의 머리카락을 잡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싸움이 끝나고 B씨가 현장을 떠난 뒤, A씨와 C씨가 단둘이 남았을 때 두 사람은 전혀 싸우지 않았다.
흥분한 B씨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려 하자 A씨가 그를 달래며 돌려보내는 장면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반적으로 A씨가 싸움을 말리는 정황이 뚜렷했던 것이다.
여기에 피해자 측 증언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경찰에서 A씨를 가해자로 지목했던 일행은 법정에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진술을 흐렸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태도를 보여 진술의 신빙성을 잃었다.
피해자 C씨조차 "당시 고개가 숙여져 있어 누가 머리카락을 잡았는지 똑바로 볼 수 없었고, 일행들이 말해줘서 그렇게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재판부는 "A씨가 두 사람의 손을 떼어놓으려다 보니 손이 C씨의 머리 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이를 일행들이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상해 부위는 머리 아닌 손가락…재판부 "공동상해 고의 없다" 무죄
결정적인 법리적 맹점도 드러났다. 검찰의 공소장에 적시된 피해자의 상해는 두피 손상이 아니라 손톱에 뜯긴 '손가락 열상'이었다.
재판부는 "설령 A씨가 머리카락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이 행위와 손가락 열상 사이에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B씨가 자신의 머리채를 잡은 C씨의 손을 놓게 하려고 손가락을 할퀸 정황을 고려할 때, A씨가 손가락 상해를 가하기로 B씨와 공모했다거나 상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인천지방법원 윤영석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죄가 확신을 가질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참고] 인천지방법원 2024고정1021 판결문 (2025. 5. 21.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