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신고했더니 '무고범' 낙인…'증거불충분'의 함정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성추행 신고했더니 '무고범' 낙인…'증거불충분'의 함정

2026. 03. 13 17:14 작성2026. 03. 16 09:37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뒤바뀐 운명

법조계 “핵심은 '허위' 아닌 '고의' 입증”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성추행 피해를 신고했던 한 여성이 5개월 만에 가해자로 지목했던 남성으로부터 '무고죄'로 고소당하며 피의자로 전락했다.


피해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허위 신고자로 몰린 이 상황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섣부른 맞대응을 경고하며 무고 혐의 방어에 집중할 것을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법원 역시 '증거 부족'이 곧 '허위 신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피해 호소 5개월 만에 피의자로…“세상이 무너졌다”

사건은 혼잡한 출근길 지하철에서 시작됐다.


한 여성은 신체 접촉을 느끼고 성추행이라 판단, 그 자리에서 즉시 소리쳤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은 다음 역에서 황급히 내렸고, 이어진 경찰 신고에도 불구하고 만원 지하철이라는 특수성 탓에 CCTV에는 명확한 증거가 남지 않았다.


결국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증거불충분'으로 종결(불송치)됐다.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여성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지만, 평온은 길지 않았다.


5개월 뒤, 경찰은 상대 남성이 그녀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며 조사 출석을 통보했다.


졸지에 피의자가 된 순간이었다.



'증거 없으면 거짓말?' 법원 “단정할 수 없다”

성추행 신고가 증거 부족으로 끝났다는 사실이 곧바로 신고자의 무고죄를 의미할까?


법조계와 판례는 '아니'라고 말한다.


형법상 무고죄는 타인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했을 때 성립한다.


핵심은 신고자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고의로' 신고했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는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즉, 유죄 입증에 실패했다는 사실만으로 신고 내용을 거짓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실제로 피해를 당했다고 믿고 신고한 경우라면 무고가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 역시 “무고는 신고 또는 진정을 할 당시 내심의 의사가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하며 신고자의 '고의성'이 쟁점임을 분명히 했다.


'방어'가 먼저냐, '반격'이 답이냐…변호사들의 2가지 해법

억울함에 맞고소나 민사소송을 생각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다.


최우선 과제는 '무고 혐의 벗기'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쉴드 이승현 변호사는 “성급한 맞대응은 오히려 방어에 불리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도 “이미 수사기관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이 난 상황이므로, 같은 내용을 쟁점으로 하는 무고 혐의, 민사소송, 맞고소 다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라며 섣부른 반격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처럼 무고 혐의 방어에 집중하라는 '신중론'이 다수를 이룬다.


반면, 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통해 무고 혐의를 벗어나라는 '반격론'도 제시된다.


법무법인 안팍의 오정석 변호사는 “단순히 무고죄 조사에만 대응하는 것을 넘어, 기존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의신청'을 통해 성추행 혐의를 재차 입증해 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라고 제안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해 사건을 검찰 단계에서 다시 다투고, 만약 성추행 혐의가 인정되면 무고 혐의는 자연스레 소멸한다는 논리다.


법무법인 청목 김정호 변호사와 파이브스톤즈 법률사무소 김대희 변호사 역시 원사건에 대한 이의신청을 통해 무고죄를 방어하는 전략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감정적 대응을 지양하고 현재 자신의 무고 혐의를 벗는 데 모든 법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점으로 모인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