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 6살 때부터 성폭행한 50대 아버지, '화학적 거세'는 왜 기각됐을까
친딸 6살 때부터 성폭행한 50대 아버지, '화학적 거세'는 왜 기각됐을까
친딸 6년간 성폭행한 50대, 징역 15년·전자발찌 20년
검찰 '화학적 거세' 청구했지만 법원은 기각

친딸을 6살 때부터 수년간 성폭행한 50대 남성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화학적 거세'를 기각했다. /셔터스톡
친딸을 수년간 성폭행한 50대 아버지가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청구했던 '화학적 거세'는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왜 이런 흉악범에게 징역형과 별도로 약물치료를 명령하지 않은 것일까.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최근 13세미만미성년자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당시 6살이던 친딸을 상대로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B양에게 "엄마에게 말하면 큰일 난다"고 협박하며 오랜 기간 범행을 지속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겪게 될 마음의 상처와 정신적 충격은 가늠하기 어렵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청구한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명령)는 기각했다.
법원, '화학적 거세' 청구 기각한 이유
화학적 거세는 성범죄자에게 자동으로 부과되는 처분이 아니다. 법률(성충동약물치료법)은 매우 엄격한 요건을 요구한다.
가장 결정적인 요건은 피고인이 성도착증 환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정을 통해 "성적 이상 습벽으로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판명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청구를 기각한 것은, A씨가 의학적 성도착증 환자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핵심 요건은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는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장래에 다시 성폭력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이 입증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도12301 판결).
특히 A씨처럼 징역 15년이라는 장기형이 선고된 경우, 법원은 치료명령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치료는 형기 종료 시점에 집행되는데,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노령화나 호르몬 감소 등으로 성충동이 자연스럽게 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부산고법 2015노32 판결 참조).
재판부는 15년의 징역형과 20년의 전자발찌 부착만으로도 재범 방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학적 거세'가 인용된 실제 사례
그렇다면 법원이 화학적 거세를 인용한 사례는 어떨까. 공통적으로 명확한 성도착증 진단과 높은 재범 위험성이 확인됐다.
'소아기호증' 진단 사례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강간·추행한 피고인에게 치료명령이 내려졌다. 그는 정신감정 결과 '소아기호증'(성도착증의 일종) 진단을 받았다.
또한 지능지수(IQ) 59의 경도 정신지체로 자신의 성적 충동 조절 능력이 부족한 상태였고, 성범죄자 재범위험성 평가척도(KSORAS) 점수도 '상' 수준으로 매우 높았다(광주지법 2012고합1024 판결).
반복적 성범죄 사례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적인 성범죄(특수강간, 불법촬영, 성매수 등)를 저지른 피고인에게도 치료명령이 인용됐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 피고인의 성행, 성에 대한 태도 등을 종합할 때 재범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봤다(서울고법 2013노372 판결).
화학적 거세는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다. 따라서 법원은 징역형이나 전자발찌 등 다른 수단만으로는 재범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만 예외적으로, 그리고 매우 엄격한 증명을 거쳐 인용하고 있다.
한편 A씨와 검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