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했다고 말해"…협박으로 받아낸 녹음, 회사 징계 증거로 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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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했다고 말해"…협박으로 받아낸 녹음, 회사 징계 증거로 쓸 수 있나?

2026. 08. 10 12:0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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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간 사실 부인하자 주거침입·폭행…강요로 만든 '자백 녹음', 법적 효력은

동료 배우자의 폭행·협박으로 인한 허위 불륜 자백 녹음은 민사소송 증거로 쓰일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동료와 친하게 지냈을 뿐인데, 불륜을 의심한 동료의 배우자가 집에 쳐들어와 '성관계를 인정하라'고 협박한다. 거부하자 뺨을 때리고, 녹음을 하지 않으면 상간 소송을 걸고 회사에 알려서 쫓겨나게 하겠다고 윽박지른다. 결국 강요에 못 이겨 허위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녹음해 줬다.


그런데 상대방은 이 녹음 파일을 빌미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고, A씨의 직장에는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서까지 냈다. 폭행과 협박, 주거침입으로 얻어낸 이 녹음 파일이 법적 증거로 쓰일 수 있을까. 꼼짝없이 징계를 받게 될까?


'소송 안 할게, 녹음만 해줘'…회유와 협박으로 만든 '자백'


A씨는 이혼 소송 중이던 직장 동료의 아내 B씨로부터 불륜을 의심받았다. A씨가 성관계 사실을 부인하자, B씨는 탐정을 고용해 A씨를 미행한 사진을 들이밀며 상간 소송을 걸겠다고 협박했다.


B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 A씨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와 뺨을 때리고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녹음하라고 강요했다. B씨는 '녹음을 해주면 상간 소송은 하지 않겠다'고 회유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B씨는 A씨의 일방적인 진술로 요약된 2차 녹음본까지 받아낸 뒤, 이를 근거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고 A씨의 회사에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결국 B씨는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A씨는 주거침입·협박 혐의로도 B씨를 추가 고소했다.


'위법 증거'라도 민사·징계에선 쓸 수도…판단 기준 달라


결론부터 말하면, 협박으로 얻어낸 녹음 파일이라도 징계 절차나 민사 소송에서 증거로 무조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 재판과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형사소송에서는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의 효력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 반면 변호사들은 민사 소송이나 징계 절차에서는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는 "민사소송이나 징계절차에서는 형사소송과 기준이 다소 느슨하게 적용돼, 증거 수집 과정의 위법성보다는 증거의 실질적 내용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신결 신태길 변호사 역시 "징계절차에는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이 명문으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짚었다. 다만 "증거 수집 수단이 현저히 반사회적이거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경우에는 징계절차에서도 그 증거능력이 부정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증거능력' 대신 '신빙성'으로 다퉈야…1차 녹음이 결정적


변호사들은 이런 경우 '증거능력' 자체를 다투기보다, 강요로 만들어진 진술이라 믿을 수 없다는 점, 즉 '신빙성(증명력)'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증거능력보다 신빙성으로 무너뜨리는 싸움"이라며 "강요와 회유 아래 만들어진 진술은 믿을 수 있는 내용인지, 즉 증명력의 문제로 다투게 되고 승부는 여기서 갈린다"고 강조했다. 2차 녹음본만 제출됐다면, 협박과 회유 정황이 담긴 1차 녹음의 존재 자체가 2차 녹음의 신빙성을 흔드는 핵심 자료가 된다고도 했다.


법무법인 세림 오치원 변호사도 "2차 녹음이 1차 내용을 요약한 일방 진술이라면 1차 녹음 전체와 강요 정황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징계위원회 소명서에 '제출된 녹음 파일은 가해자의 주거침입, 폭행, 협박 등 명백한 범죄 행위를 통해 강압적으로 형성된 위법수집증거'라는 점을 논리적으로 기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형사사건 결과가 징계·소송의 열쇠


B씨가 스토킹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고 다른 형사고소까지 진행 중인 상황은 A씨에게 유리한 카드다. B씨의 범죄 행위가 인정될수록, B씨가 제출한 녹음의 신빙성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진행 중인 형사사건에서 협박과 강요 부분이 인정되면 징계 소명서의 설득력도 함께 올라간다"며 "형사사건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정을 들어, 징계위원회 결론을 형사 결과가 나온 뒤로 미뤄 달라고 함께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경찰 수사팀장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이미 검찰에 송치된 사실은 녹음의 강제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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