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결혼'이 낳은 비극…남편의 절규, 처벌 가능할까
'비밀 결혼'이 낳은 비극…남편의 절규, 처벌 가능할까
인사 서류가 소문으로…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핵심 쟁점

학교에만 제출한 교사 부부의 혼인 정보가 무단 유출돼 임신 중이던 아내가 유산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 AI 생성 이미지
학교에 인사 목적으로만 제출한 '비밀 결혼' 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돼 임신 중이던 아내가 유산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법조계는 혼인 사실 유포만으로 명예훼손죄는 어렵지만, 직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최초 유포자를 특정하고, 피해와의 법적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험난한 과제가 남았다.
“교감에게만 알렸는데”... 학교에 퍼진 비밀, 그리고 비극
서로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A씨와 그의 아내 B씨. 두 사람은 결혼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아 조용히 혼인신고만 마쳤다. 단지 인사상 필요에 따라 각자의 학교 교감에게 혼인신고서를 서면으로 제출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비밀은 지켜지지 않았다. 어느 날 아내 B씨의 학교 청소부가 다가와 “A랑 결혼했다면서?”라고 물었고, “전임 교장한테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가 확인한 전임 교장은 “자기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다. 이 일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아내는 결국 임신 중이던 아이를 잃었다.
A씨는 “그래서 형사처벌이든 뭐든 좀 받게 하고 싶어서요...”라며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
명예훼손 '글쎄'…핵심 쟁점은 '개인정보보호법'
법률 전문가들은 A씨 부부의 사연에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청목 김정호 변호사는 “혼인 사실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형사처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인사 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한 행위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누설자로 의심되는 교감(C 또는 D) 또는 전임 교장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형사적 수단입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나인 신승호 변호사 역시 교감은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한다며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정당한 권한 없이 제3자에게 누설하거나 유출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됩니다”라고 지적했다.
유출자 특정과 인과관계... '입증의 벽' 넘어야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과제는 '누가 정보를 처음 유출했는가'를 명확히 밝혀내는 것이다.
법무법인 쉴드 남천우 변호사는 “만약 인사업무 처리 과정에서 이를 알게 된 관계자가 권한 없이 정보를 유출한 것이라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으므로, 최초 유포자를 특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청소부와 전임 교장의 말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는 객관적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현재처럼 '누가 말했다고 전해 들은 상태'만으로는 형사처벌까지 이어지기 어려워, 수사를 통해 전파 경로를 밝혀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산이라는 비극적 결과와 정보 유출 사이의 법적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법무법인 베테랑 이슬기 변호사는 “유산과의 인과관계는 형사에서 인정되기 쉽지 않으나, 민사상 위자료 청구는 별도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A씨 부부가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아 유출자를 특정하고, 그 행위로 인한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