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정보 미리 알고 '수익률 279%'... 예측시장 베팅,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휴전 정보 미리 알고 '수익률 279%'... 예측시장 베팅,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자본시장법 적용은 어려워
'금융시장' 아닌 '도박'에 가까워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안보 내부 정보를 활용해 미국 예측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전격 합의를 정확히 예측해 수십만 달러를 벌어들인 계정들이 적발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휴전 발표 직전, 예측시장 '폴리마켓'에 신규 가입한 50여 개의 계정이 휴전 합의 여부에서 'YES'에 베팅해 고수익을 올렸다. 특히 한 계정은 휴전 발표 약 5시간 전 가입해 279%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또 다른 계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발표 불과 12분 전에 베팅을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행위가 한국에서 발생했다면 형사처벌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행법상 직접적인 처벌은 쉽지 않다.

자본시장법 적용의 한계... "예측시장은 금융시장 아냐"
가장 먼저 검토될 수 있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내부자거래)'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대법원(2012도9660) 등 사법부의 판단 기준에 따르면, 자본시장법은 상장법인의 경영이나 재무와 관련된 정보로 규제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국가 간의 휴전 합의와 같은 외교 정보는 상장법인의 내부 정보로 보기 어렵다. 또한 폴리마켓과 같은 예측시장은 기업의 자금 조달이나 경제적 위험 분산이라는 금융투자상품 본연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기 어려워,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시장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직자라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7년 이하 징역' 중범죄
하지만 해당 행위자가 일반인이 아닌 공직자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비밀 또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사안과 같이 외교·안보 정보를 직무상 취득한 공직자가 이를 사적 베팅에 활용해 수익을 얻었다면 명백히 동법 위반에 해당한다.
특히 처벌 수위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일부에서 "3년 이하 징역"을 언급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행법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직접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훨씬 무거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산 취득 없이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만 한 경우에 적용되는 처벌 규정(3년 이하 징역)과는 법정형에서 큰 차이가 있다.
법원은 과거 유사 법률 위반 사건에서도 내부 정보를 이용한 재산 증식을 엄격히 처벌해왔다. 미공개 도시개발계획(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1. 6. 23. 선고 2021고단1333 판결)이나 도로개설 정보(대구지방법원 2017. 1. 12. 선고 2016고단4303 판결)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공직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외교·안보 정보는 이러한 개발 정보보다 훨씬 중대한 '업무상 비밀'이므로, 이를 이용한 사익 추구 행위는 더욱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규제 사각지대... 입법적 대응 과제로 남아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예측시장에 대한 규제 수단은 미비한 상태다. 예측시장은 암호화폐 지갑만 있으면 실명 인증 없이 거래할 수 있어 내부자 거래의 온상이 되기 쉽다.
미국 의회는 최근 예측시장을 내부자거래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국 역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발전과 함께, 예측시장이라는 새로운 거래 형태를 제도권 안에서 어떻게 규율할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