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파기된 건 아니지만, 집주인의 "중도금은 넣지 마세요" 말이 너무 불안해요
계약 파기된 건 아니지만, 집주인의 "중도금은 넣지 마세요" 말이 너무 불안해요
계약서에 관련 특약은 없지만⋯계약 당시 집주인이 "중도금 넣지 마라" 말로 분명히 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도 중도금을 '미리' 입금해 계약을 깰 수 없도록 하는 게 가능할까

집 계약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불안한 마음이 든다.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상황 때문이다. 중간에 집주인 마음이 바뀌기라도 한다면 하루아침에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어버리는데 집주인은 거절했어도 미리 중도금 입금을 해도 상관없을지 궁금하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이직을 한 A씨는 출퇴근이 힘들어지면서 집을 옮기기로 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다행히도 빨리 팔렸다. 중도금까지 받고 계약을 확정한 상태다.
A씨 역시 회사 근처에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해 계약을 했다. 그리고 바로 "중도금도 입금하겠다"고 집주인에게 말했는데 "아니다, 중도금은 넣지 말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구두에 그쳤고, 서면으로 계약서에 적어두진 않았다.
그렇게 계약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불안한 마음이 든다.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상황 때문이다. 잔금은 내년 3월. 중간에 집주인 마음이 바뀌기라도 한다면 하루아침에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집주인은 거절했지만, 그냥 중도금을 억지라도 넣어 계약 파기를 방지하고 싶다. 받지 않겠다고 한 중도금을 일방적으로 입금해도 법적 효과가 있을까. 변호사에게 물어봤다.
변호사들은 계약서상 특약이 없는 한 '중도금 입금'은 법적 효력을 지닌다고 했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중도금을 받지 않겠다는 특약도 없는 상황에서 집주인 계좌에 중도금 일부를 송금한다면, '계약 이행의 착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즉, 계약을 깰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해냄의 조대진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이에 덧붙여 조 변호사는 "이 경우 집주인이 나중에 계약금 배액(倍額⋅2배의 값)을 배상하더라도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법무법인 정향의 서홍택 변호사도 지난 2006년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당시 대법원은 "특약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서 변호사는 "잔금 지급기일 이전에 잔금 일부를 지급한 경우, 원칙적으로 계약금 배액 지급으로도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A씨는 계약 당시 집주인이 "중도금을 넣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던 게 계속 신경 쓰인다. 이런 정황이 있는데도 문제가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앞뒤 상황을 더욱 면밀히 살펴봐야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중도금 입금이 문제없을 것으로 봤다.
법무법인 굿윌파트너스의 주명호 변호사는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없는 한, A씨는 미리 중도금을 지급해 집주인의 매매계약 파기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도 "집주인이 '중도금을 받지 않겠다'고 얘기한 것에 대해 A씨가 동의하지도 않았고, 집주인의 말이 명확한 의사표시라고 보는 데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중도금 입금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 역시 "집주인이 계약금 배액을 상환하면서 해제를 요구한 경우가 아니라면, A씨는 잔금 지급기일 이전에 얼마든지 이행에 착수(중도금 입금)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일방적 입금에 이의를 제기하면, 중도금이 효력을 잃기도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법인 김앤파트너스의 황현종 변호사는 "일방적으로 중도금을 입금하는 것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대법원 판결이 있다"고 했다.
황 변호사는 "중도금을 입금하기 전에 집주인이 계약해제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일방적인 입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법적 효력을 잃기도 한다"며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정리하면, 일방적 중도금 입금은 집주인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기 전에 이루어져야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A씨의 걱정을 덜기 위해서는 중도금을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