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일가족 사망사건, 홀로 살아남은 아빠의 선처 호소에 판사는 왜 호통쳤나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진도 일가족 사망사건, 홀로 살아남은 아빠의 선처 호소에 판사는 왜 호통쳤나

2025. 09. 05 10:4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수면제 먹여 바다로

구조요청 없이 도주해놓고 선처 호소

지난 6월 2일 오후, 진도항 인근 해상으로 빠진 일가족 탑승 차량이 인양되는 모습. /연합뉴스

법정에서 판사가 피고인을 향해 호통을 치는 일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지난 8월, 한 재판에서 실제로 이례적인 질책이 터져 나왔다. 죄책감과 지병을 이유로 선처를 호소하는 피고인을 향한 재판부의 분노, 그 뒤에는 가족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끔찍한 비극이 숨어 있었다.


마지막 가족 여행이 될 줄 몰랐던 두 아들

사건은 지난 6월 1일 새벽, 전남 진도항에서 한 가족이 탄 차량이 바다로 돌진하며 시작됐다. 차 안에 있던 아내와 고등학생 두 아들은 숨졌고, 운전대를 잡았던 아버지만 홀로 차창을 통해 탈출했다.


고3, 고1이던 두 아들에게 그날은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었다. 모의고사를 앞두고 있던 터라 담임 선생님이 교외 체험학습을 만류했지만, 아이들은 하교 후 떠나는 여행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여행 전날 무안의 한 펜션에 묵고, 다음 날 맛집을 찾아보며 계획을 세울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건넨 피로회복제에 수면제가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여행이 자신들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수면제가 든 음료를 마신 뒤 잠든 가족을 태운 차는 그대로 진도항 앞바다로 돌진했다. 차가 수심 3미터 아래로 가라앉는 동안, 안전벨트를 맨 아내와 두 아들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숨을 거뒀다.


싸늘한 바닷속, 홀로 살아남아 도망친 아버지

아버지는 달랐다. 그는 미리 열어둔 운전석 창문으로 혼자 헤엄쳐 나왔다. 상식적으로 가족을 구하기 위해 119에 신고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상황.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CCTV에는 사고 40분 뒤, 그가 뭍으로 걸어 나와 공용 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이후 그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광주로 도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단순 사고로 보기에는 계획된 정황이 너무나 뚜렷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버지는 인부들의 임금 3천만 원을 체불하고 카드빚까지 합쳐 총 1억 6천만 원의 빚에 시달리고 있었다. 노동청 조사까지 받게 되자 구속될 수 있다는 압박감에 시달렸고, 범행 나흘 전 아내와 함께 약국에서 수면제를 구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반성하고 있나" 재판부의 이례적 호통

문제는 법정에서 터져 나왔다. 피고인 측이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고 지병이 있다"며 지인들의 탄원서와 함께 선처를 호소하자,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강하게 질책하고 나선 것이다. 재판부는 "가족은 왜 구하지 않았나, 최소한 112 신고라도 했어야 하지 않나"라며 그의 무책임한 태도를 꾸짖었다.


권은택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5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피고인이 제출한 탄원서가 오히려 재판부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라며 "본인의 치밀한 계획으로 가족이 목숨을 잃었는데 구조 노력 없이 도망쳐 놓고 선처를 구하는 모습은 진정한 반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재판부의 질책이 형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의 반성하는 태도는 양형의 중요한 참작 사유다. 그의 행동과 탄원서는 반성은커녕 죄책감을 회피하려는 모습으로 비쳤고, 이는 선고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비속살해 가중처벌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해'는 가중처벌 규정이 있지만, 자녀를 살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


권 변호사는 "피고인의 경제적 곤경 등을 참작해주는 온정주의적 판결이 사회적 경각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자녀 역시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행위는 더욱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아버지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며, 선고는 오는 19일에 내려진다. 재판부는 아내의 죽음을 살인으로 볼 것인지, 공모에 따른 자살방조로 볼 것인지, 또 두 아들의 생명을 빼앗은 책임까지 법의 이름으로 가려내게 될 것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