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장 아냐" 2.7억 빚더미 아내의 절규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난 사장 아냐" 2.7억 빚더미 아내의 절규

2026. 06. 08 11:3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남편이 숨긴 소송, '명의대여자 책임' 벗을 수 있나

한 여성이 전 남편의 사업에 명의를 빌려줬다가 2억 7천만 원의 빚 소송에 휘말렸다. / AI 생성 이미지

전남편이 자기 명의로 사업하다가 남긴 2억 7천만 원 빚. 과거 소송은 남편이 소장을 숨겨 패소하고 모두 변제했지만, 또다시 거액의 소송에 휘말렸다.


"거래처도 내가 '바지사장'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는 아내. 과연 법적 책임을 벗어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이것'의 입증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느 날 날아온 2억 7천만 원 지급명령서


평온했던 일상은 2억 7천만 원에 육박하는 '물품대금 지급명령' 서류 한 장으로 산산조각났다.


2019년부터 전남편은 아내 A씨의 명의로 사업을 벌였다. A씨는 사업에 어떤 관여도 하지 않은, 서류상 대표일 뿐이었다.


문제는 2023년부터 터져 나왔다. 거래업체들이 밀린 물품 대금을 달라며 A씨 명의로 소송을 걸어온 것이다. 하지만 전남편은 법원에서 온 소장을 모조리 가로채 숨겼고, A씨는 소송이 진행되는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다.


결국 모든 소송은 무변론으로 패소했고, A씨는 자신의 재산에 가압류와 강제경매가 들어온 뒤에야 모든 사실을 알게 됐다.


배신감에 협의 이혼하고, 이미 판결이 끝난 사건이라 법적 다툼을 포기한 채 모든 빚을 변제했다. 그러나 몇 달 전, 또다시 거액의 소송이 시작된 것이다.


A씨는 "애당초 제가 바지 사장인 걸 알면서 거래를 원한 상대방이 이제 와서 제게 '사업자대표니 대금을 지급하라'니, 제가 대응할 방법이 있을지 궁금합니다"라며 절박함을 토로했다.


'바지사장'인 줄 알았다면… 책임 벗을 유일한 희망


A씨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한 줄기 희망이 있다고 조언한다. 바로 상법 제24조 '명의대여자(名義貸與者)의 책임' 규정의 예외 조항이다.


원칙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빌려줘 영업하게 한 사람은, 그를 진짜 사장으로 믿고 거래한 제3자에게 연대하여 빚을 갚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 법은 명의자를 진짜 사장으로 '오인한' 거래 상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거래 상대가 명의대여 사실을 이미 알았거나, 모른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면 명의대여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한진철 변호사는 "상대방이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명의대여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합니다"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즉, A씨의 주장대로 거래처가 A씨를 '바지사장'으로 알고 거래했다는 사실만 증명한다면, 2억 7천만 원의 빚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법원은 그 입증책임을 면책을 주장하는 A씨에게 지우고 있다.


'이것'을 입증하라… 변호사들이 제시한 생존 전략


결국 승소의 열쇠는 '거래처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 확보다. 변호사들은 구체적인 증거 수집 전략을 제시했다.


박성현 변호사는 "전남편이 사업을 실제 운영했다는 증거(계좌거래 내역, 거래처와의 연락 기록, 직원 진술, 사업 운영 관련 서류 등)를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상대방 회사가 귀하가 바지사장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도 중요합니다. 거래 과정에서 전 남편과만 소통했다는 점, 귀하와는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는 점 등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3주 뒤로 잡힌 조정기일에 무방비로 나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정성열 변호사는 "금액이 적지 아니하고, 소송에서 전부 승소했을 경우 상대쪽에 청구할 수 있는 변호사보수도 상당하므로 변호사 선임을 고려해 보십시오"라며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미 갚은 빚, 전 남편에게서 받아낼 수 있나?


새로운 소송과 별개로, A씨가 이미 변제한 과거의 빚도 법적으로 따져볼 여지가 있다. A씨는 명의대여자로서 채무를 대신 갚았으므로, 실제 사업 운영자인 전남편을 상대로 자신이 갚은 돈을 돌려달라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전남편이 소장을 숨겨 재판 사실을 몰랐던 과거 사건들에 대해서는 '추완항소(소송 서류를 받지 못하는 등 책임 없는 사유로 항소 기간을 놓쳤을 때 뒤늦게 제기하는 항소)'를 통해 다퉈볼 수도 있다.


다만 이미 변제를 마친 상황이라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어, 현재 진행 중인 2.7억 원 소송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