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처벌 원치 않는다" 했지만 처벌한 1·2심⋯대법원 "다시 재판해라"
피해자가 "처벌 원치 않는다" 했지만 처벌한 1·2심⋯대법원 "다시 재판해라"
불법 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재판 전 피해자의 '처벌불원서' 제출했지만 징역형
대법원 "처벌불원서 반영해 다시 재판해라"

여성을 불법 촬영하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 1심 선고 전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대법원이 다시 재판하라고 명령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A씨는 여성을 불법촬영하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적용된 혐의만 네 가지였다. 협박죄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 이용촬영, 통신매체 이용 음란) 등이었다.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우려한 A씨 변호사는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를 요청했다. 결국 "A씨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고소를 취하한다"는 서류를 받아내 법원에 제출했다. A씨는 이로써 자기에게 걸려있는 네 가지 혐의 중에 두 가지(협박죄⋅정보통신망법 위반)는 확실히 방어했다고 생각했다. 두 죄가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철회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네 가지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A씨는 당황스러웠지만 집행유예에 만족하고 항소를 포기했다. 하지만 검찰 측이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하면서 2심 재판을 받게 됐다.
그렇게 지난해 7월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2심). 2심 재판부는 오히려 형량을 더 높였다. 1심과 마찬가지로 네 가지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집행유예 없는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A씨는 억울했다. 최소한 '처벌불원서'를 낸 협박죄 등 2가지 혐의에 대해서는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대법원까지 사건이 올라갔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이동관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13일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제출한 처벌불원서를 감안해서) 협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부분은 파기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기존 판결을 깨고 다시 재판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변호사가 1심 선고 전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는데도, 원심은 반의사 불벌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1⋅2심 재판이 모두 잘못됐다는 취지의 판시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구속되지 않아도 될 사람을 구속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평을 내놨다.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인천지방법원에 돌려보낸 이 사건. 결국, 어떤 결과가 나올까.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는 "다시 재판하면 2심의 형은 감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다만 이 경우에도 성폭력범죄의 죄질과, 1심 선고형 등을 고려했을 때 집행유예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오 변호사는 2심에서도 협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부분에 대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반영되지 못한 데 대해서는 "1심 판결 후 검사만 항소하고 피고인은 항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1심에서 처벌불원서가 제출되었다는 점을 2심이 간과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상 형량에 따르면 A씨는 구속되지 않아도 됐다. 이런 경우, A씨가 형사 보상 등 잘못된 판결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됐다.
판례에 따르면, A씨가 보상을 받으려면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받은 형량보다 더 많은 기간이 구금됐어야 하는데, A씨가 구금된 일수가 비교적 짧기 때문이다. 예컨대 A씨가 최종적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A씨가 그동안 구금된 날수가 6개월보다 많지 않다면 보상받을 수 없다.
오세정 변호사는 "앞으로 있을 재판(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되었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형사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