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친구들과 짜고 재산 빼돌린 채무자…채권자의 '승소 판결문'이 휴지조각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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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친구들과 짜고 재산 빼돌린 채무자…채권자의 '승소 판결문'이 휴지조각 되지 않으려면?

2025. 09. 15 12:1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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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이겨도 돈 못 받는 최악의 상황, '가압류'와 '사해행위 취소소송'으로 막아야…전문가들이 말하는 합법적 재산 추적의 모든 것

B씨로부터 받을 돈이 있는 A씨가 그의 등기부등본에 떼 보고 경악하고 있다./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친구와 짜고 재산을 빼돌린 채무자 탓에, 길고 힘든 소송 끝에 얻은 승소 판결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A씨는 B씨의 불법행위로 입은 피해를 되돌려 받기 위해 길고 힘든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마침내 B씨 명의의 토지를 발견하며 희망을 봤지만, 등기부등본을 떼어본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B씨가 불법을 저지른 직후, 그의 친구들 명의로 거액의 근저당권(채권 확보를 위해 부동산에 설정하는 담보권)이 설정된 것이다. 소송에서 질 것을 대비해 친구와 짜고 재산을 빼돌리려는 명백한 신호였다.





"흥신소라도 써야 하나?"…불법의 유혹, 더 큰 범죄의 늪


채무자가 작정하고 재산을 숨기면 채권자는 속수무책이다. 답답한 마음에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라도 써야 하나"는 위험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를 범죄자로 만드는 최악의 선택이다. 타인의 개인정보나 재산 내역을 불법으로 캐내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중범죄이다. 정의를 찾으려다 되레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합법적으로 상대방 재산을 파악하는 길은 오직 법원을 통하는 것 뿐이다. 소송에서 이겨 '집행권원(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리)'을 얻은 뒤, 법원에 '재산명시신청'을 해야 한다. 채무자가 법원에 나와 재산 목록을 직접 신고하게 하는 절차다. 만약 채무자가 불응하거나 거짓 목록을 내면, 그때 비로소 법원에 '재산조회'를 신청해 금융기관 등을 통해 그의 재산을 합법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친구와 짠 '가짜 빚', 법의 심판 피할 수 없다


법률 전문가들은 B씨의 행위가 '사해행위(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칠 목적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한대섭 변호사는 "사해행위는 ①채권자의 권리 존재 ②재산을 줄이는 행위 ③채무자와 수익자(재산을 넘겨받은 사람)가 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고 있었는가(악의)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고가 손해배상 책임이 생길 것을 알면서 친구 명의로 근저당을 설정했다면 악의가 인정되며, 친구라는 특수관계는 '수익자인 친구의 악의'를 법원이 추정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즉, 친구들이 "정당하게 돈을 빌려주고 근저당을 설정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B씨와 짜고 허위로 근저당을 만들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소송 안 끝났는데?"…재산 원상복구, 지금 당장 시작해야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아직 손해배상 소송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판결이 나기 전에는 재산을 되돌리는 소송을 할 수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오히려 즉시 소송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민경 변호사는 "손해배상 소송의 판결 확정을 기다릴 이유가 없다"며 "사해행위를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이라는 제소기간을 놓칠 수 있으므로 즉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손해배상 채권이 판결이 확정된 때가 아니라 '불법행위가 발생한 시점'에 이미 성립의 기초가 마련됐다고 본다. 따라서 A씨는 B씨의 근저당 설정 행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지금 당장 제기할 수 있다.


승소 판결이 '휴지 조각' 안 되려면…가장 시급한 '이것'


그렇다면 A씨가 지금 당장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조치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가압류'를 꼽았다.


가압류는 판결이 나기 전 채무자의 재산을 임시로 묶어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막는 절차다. 민경남 변호사는 "민사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피고가 재산을 모두 처분해 버리면 강제집행이 불가능해진다"며 "승소 판결이 '휴지 조각'이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피고 재산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서두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지금 가압류를 해두지 않으면, A씨가 힘겹게 사해행위 취소소송까지 이기더라도 그 사이 B씨가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리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A씨의 싸움은 이제 '빼앗긴 돈'을 넘어, '빼돌린 재산'을 추적해 정의를 바로 세우는 두 번째 전쟁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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