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이의 절박한 경제 상황을 노린 '악마' 사장님 "나랑 안 하면 알바비 안 줘"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단독] 아이의 절박한 경제 상황을 노린 '악마' 사장님 "나랑 안 하면 알바비 안 줘"

2020. 02. 07 14:41 작성2020. 02. 10 11:12 수정
조하나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one@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로톡뉴스 기획 취재] 그루밍 범죄의 실제 ②

용돈 주던 '동네 삼촌'의 실체⋯아르바이트를 빌미로 범행 시작

심리적 상황 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황까지 이용한 '그루밍 범죄'⋯13살부터 6년간 범행

죽어도 가기 싫은 그 공장에 A양은 또 가야만 했다. 아빠한테 "가기 싫다"고 해봤자 "돈 주는데 왜 안 가냐"는 핀잔만 돌아왔다. 그렇게 다시 간 그 공장에서 A양은 또 성폭행당했다. 해당 이미지는 사건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코리아

"놀지 말고 공장에 가서 돈이나 벌어와라."


죽어도 가기 싫은 그 공장에 A양은 또 가야만 했다. 아빠한테 "가기 싫다"고 해봤자 "돈 주는데 왜 안 가냐"는 핀잔만 돌아왔다. 그렇게 다시 간 공장에서 A양은 또 성폭행당했다. A양 나이 14살 때였다.


경기도에 사는 A양은 13살 때부터 아르바이트했던 공장장 아저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그 뒤로 6년간 계속 당했다. 모든 성폭행이 끔찍했지만 첫 경험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난 2013년 겨울의 일이었다. A양은 공업용 볼트를 상자에 담는 작업을 하다 잠시 불을 쬐고 있었다. 공장장 B씨가 갑자기 A양을 뒤에서 껴안았다. "싫다"고 힘껏 소리쳤지만, 인적 드문 벌판에 있던 공장에서 벌어진 일이라 아무도 A양의 비명소리를 듣지 못했다.


B씨는 속옷에 손을 넣어 추행하다가 A양을 사무실로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나무 막대기를 A양 몸속에 찔러넣었다. A양은 추후 진술에서 "처음 겪는 일로서 절대 잊을 수 없었다"고 기억했다. 뒤이어 A양은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3일간 하혈이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도, 하혈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아무에게 말하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용돈 주던 '삼촌'⋯그루밍의 시작

A양보다 31살이 많은 공장장 B씨는 아빠의 절친한 동생이었다. A양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집에 찾아와 부모와 가까이 지냈다.


A양 집은 가난했는데, B씨는 가끔 와서 용돈을 주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A양의 부모는 A양이 13살 된 해 겨울방학 때부터 B씨의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켰다. 그렇게 B씨는 A양에게 '용돈 주는 삼촌'에서 '월급 주는 사장님'이 됐다.


A양네는 경제적으로 궁핍했을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메말라 있었다. 딸만 넷인 집의 막내딸이었던 A양은 자기 집을 "누구도 자기가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할 수 없는 가정 분위기였다"고 기억했다. 게다가 A양은 가족들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한 이후 이 생각이 완전히 굳어져 있었다.


몇 년이 지난 뒤 A양은 상담전문가에게 "가족이 알면 저 때문에 불화가 생길 것 같았다"면서 "두려워 저항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 상담전문가는 법원에 "피해자는 전형적인 그루밍 성폭력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의견을 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반항하면 돈으로 협박⋯비겁한 방법으로 아이를 묶은 '그놈'

A양은 첫 성폭행 이후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러 갈 때마다 공장에서 성폭행 위협을 당했다. 그래도 한동안은 방어해냈다.


그러자 B씨는 다른 수법을 동원했다. 공장이 외진 곳에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B씨는 "점심을 먹으러 나가자"며 A양을 차에 태웠다. 그리고 곧장 모텔로 데려갔다.


B씨는 A양의 앳된 얼굴이 드러나 모텔에 들어가지 못할까 봐, 들어가기 전 A양에게 "후드 집업 모자를 써서 얼굴을 가리라"고 지시했다.


물론, A양이 반항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모텔로 가는 길에 A양은 "절대 싫다"고 거부 의사를 확실히 했다. "당신 성기를 발로 차겠다"라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금방 제압당했다. B씨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돈'을 무기로 썼기 때문이다. A양이 반항할 때마다, "그럼 알바비를 안 주겠다"고 협박했다. 그 말을 들으면 A양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돈을 벌어야만 했다.


이렇게 "집에 데려다주겠다"거나 "밥 먹으러 가자" 등 온갖 이유를 들어 A양을 자신의 차에 태워 모텔로 향했다. 으슥한 곳에 주차한 뒤, 차 안에서 성폭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A양은 당시 상황을 "너무 무서웠고 사장님이 싫고 죽고 싶었다"고 기억했다.


재판에서 시종일관 "합의한 성관계" 주장했지만⋯

A양은 지난 2018년 만 18살이 되어서야 B씨에 대한 법적 절차를 밟았다. 그해 2월 있었던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B씨는 그날도 오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공장에서 퇴근하는 A양을 차에 태워 주변의 무인모텔로 데려갔다. A양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끌려갔다.


A양은 자신이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 사건이 있은지 한 달 뒤, A양은 9살 차이가 나는 언니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날은 네 자매가 모두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술을 마시던 날이었다. 가족들은 "피해자가 술을 마시고 울컥하는 마음에 모든 걸 털어놨다"고 말했다.


그렇게 재판이 열렸지만 공장장 B씨는 끝까지 "합의한 성관계"를 주장했다. "육체 관계를 가진 사실은 있으나 위력에 의한 간음이 아니다"는 취지의 변론이었다.


하지만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재판장 정도성 부장판사)는 B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평소 '삼촌'으로 따르는 만 14세의 피해자를 강간하고 수년간 위력으로 간음하는 등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양 측이 주장한 모든 범죄 사실을 인정했지만, 선고 형량은 8년이었다. 아동청소년법상(아청법) 강간에 아청법상 위계간음, 유사강간, 강제추행 혐의를 모조리 반영했음에도 그랬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