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전화에 홀려 부동산 덜컥 계약…계약금 포기 없이 해지하는 길 있다
홍보전화에 홀려 부동산 덜컥 계약…계약금 포기 없이 해지하는 길 있다
전화권유로 홍보관 방문했다 덜컥 계약?…변호사들 "방문판매법상 청약철회 가능, 즉시 내용증명 보내야"

홍보관의 전화 권유로 부동산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방문판매법'상 전화권유판매에 해당해, 14일 내 철회할 수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홍보관 전화에 이끌려 2300만원 계약, 14일 내 계약금 전액 반환 가능
‘정신 차려보니 2300만원 계약서에 도장’.
모르는 번호의 전화 한 통에 홍보관을 찾았다가 하루아침에 거액을 날릴 뻔한 A씨의 사연이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A씨는 지난달, 한 부동산 홍보관의 계속된 전화와 메시지에 못 이겨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에 나섰다. 하지만 홍보관 직원의 설득은 집요했다. 직원은 A씨와 동사무소까지 동행하며 서류 발급을 돕는 등 적극적으로 계약을 유도했고, 결국 A씨는 심리적 압박감 속에서 2300만원을 내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날 저녁에야 후회가 밀려온 A씨는 계약을 취소하고 돈을 돌려받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찍은 도장… 2300만원, 포기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부동산 계약에서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려면 계약금을 포기해야 한다. 민법 제565조에 따른 ‘해약금 원칙’이다. 이 원칙대로라면 A씨는 23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릴 절망적인 상황이다.
일부 변호사 역시 “법리적으로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계약 당시 사기나 강박이 있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유효하게 성립된 계약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A씨처럼 ‘정신이 없었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법적 구제를 받기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14일의 골든타임… 구원의 열쇠 ‘방문판매법’
하지만 다수의 변호사들은 A씨에게 희망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바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이다. 변호사들은 A씨의 사례가 홍보관의 전화를 받고 방문해 계약한 ‘전화권유판매’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방문판매법 제8조는 전화권유판매로 계약한 소비자에게 ‘청약철회권’을 보장한다.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라면 아무런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책임 없이 계약을 취소하고, 이미 낸 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는 강력한 소비자 보호 장치다.
법무법인 대환의 김상훈 변호사는 “전화권유판매에 해당하므로 계약체결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언제든지 청약철회가 가능하고, 그 경우 위약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 역시 “현재 계약서를 수령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청약철회 기간은 아직 개시되지도 않았다”며 계약금 전액 반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 내용증명부터… 변호사들의 공통된 조언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첫 번째 행동 지침은 ‘내용증명 발송’이다. 내용증명은 누가, 언제, 어떤 내용의 문서를 누구에게 보냈는지 우체국이 공적으로 증명해주는 제도로, 계약 취소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는 법적 증거가 된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는 “전화 녹음 내용과 계약 체결 내용을 바탕으로 내용증명을 바로 발송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판매 업체가 계약금 반환을 거부할 경우, 이 내용증명은 향후 민사소송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A씨의 사례는 ‘아는 것이 힘’이라는 법률 격언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낯선 전화 한 통에 시작된 수천만 원짜리 계약 분쟁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그 첫 단추는 A씨가 ‘14일’이라는 골든타임 안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에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