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00만원 카드깡, '위법수집증거'로 무죄 판결
7900만원 카드깡, '위법수집증거'로 무죄 판결
법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불가"

법원이 카드깡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셔터스톡
카드깡 혐의로 기소된 A씨가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보이스피싱 혐의로 긴급체포할 때 수집한 증거를 소위 '카드깡' 혐의 입증에 사용했는데, 그때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8단독 최형준 판사는 지난해 10월 16일 신용카드를 이용한 자금 융통 혐의(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A씨가 2021년 4월 14일부터 6월 15일까지 총 51회에 걸쳐 물품 판매나 용역 제공을 가장해 다른 사람들 명의의 신용카드로 약 7,984만 원을 결제하고, 카드사로부터 카드대금을 입금받아 수수료를 공제한 금액을 카드 명의자들에게 송금해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융통했다고 기소했다.
이른바 '카드깡'으로 불리는 이러한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금지된 행위다. 검찰은 누구든지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가장하여 신용카드로 거래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융통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혐의 입증에 사용된 증거를 '어떻게 수집했느냐'였다. A씨 측 재판에서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긴급체포 당시 압수한 휴대폰과 카드단말기, 그리고 나중에 임의제출 받았다는 각종 자료들이 모두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무죄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 중 상당수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중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먼저 지난 2021년 6월 16일 긴급체포 당시 압수한 증거들에 대해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사기 혐의로 긴급체포됐는데, 압수된 물건들이 이 사기 사건과 객관적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도 당시 사기 사건과 관련 없는 압수물이라는 이유로 사후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또한 A씨가 2021년 6월 18일 임의제출했다는 카드단말기 영수증과 휴대폰 문자메시지 사진들에 대해서도 "진정한 임의제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처음에는 완강히 거절했으나 수사관으로부터 누범이고 구속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엉겁결에 동의했다는 점,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진정한 임의제출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사시간이 약 1시간 30분인데 카드단말기 영수증과 수백 개의 문자메시지 사진을 모두 촬영하고 출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실제로는 조사 이전에 위법하게 압수한 물건들을 통해 미리 촬영 및 출력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면서, 검찰이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A씨의 범행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하기 어렵다고 판단됐다. 재판부는 "A씨가 일부 범행을 자백했으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증거들만으로는 자백을 보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적법절차 준수의 중요성을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위법수집증거 및 이를 기초로 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는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 법리를 적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도12400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