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사람에 술 더 먹여 정신없는 상태로 만든 것은 '폭행'" 법원 판결
"술 취한 사람에 술 더 먹여 정신없는 상태로 만든 것은 '폭행'" 법원 판결
술 취한 사람 호객해 바가지 씌운 술집 주인과 종업원들
재판부, 사기죄 아닌 '특수강도죄' 적용해 징역형 선고

취객에게 술을 더 먹여 정신을 잃게 한 후 술값을 과다하게 결제한 이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이미지는 사건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코리아
호객행위로 유인한 취객에게 가짜 양주를 급히 먹여 정신을 잃게 하고, 그의 신용카드를 꺼내 과다한 술값을 결제한 술집 주인과 직원 등 일당 5명 모두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들의 죄명은 사기가 아닌 '특수강도 및 특수강도 미수죄'였다.
"싸게 놀 수 있다" 호객 행위에 당한 사람들
서울 송파구의 '신천 먹자골목'. 일명 '삐끼'로 일하고 있는 A씨는 비틀비틀 걷고 있는 한 남성을 발견했다. A씨는 그에게 "싸게 아가씨랑 놀 수 있다"며 말을 건넸다. 결국 남성을 술집으로 이끈 A씨. 이미 취한 상태인 그에게 여성 접대부는 계속 술을 권했다. 저가 양주와 손님들이 먹다 남은 양주를 섞어 만든 것이었다. 결국 남성이 만취 상태로 정신을 잃자, 술집을 관리하던 매니저는 아래 직원에게 눈짓했다. 직원은 만취한 남성의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술값을 결제했다. 총 196만원이었다.
이들 일당은 2017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모두 20회에 걸쳐 피해자들의 돈을 강탈하거나 강탈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손님이 ‘삥술’(저가 양주와 손님들이 먹다 남은 양주를 섞어 새것처럼 만든 양주)을 과음해 쓰러지면, 그의 신용카드를 꺼내 술값을 결제하는 수법이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손주철)는 이달 15일 열린 재판에서 술집 주인과 매니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리고 여성 접대부를 동석하게 하고 손님의 술값을 결제한 직원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삐끼' 역할 등을 한 직원 2명에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5명의 피고인 모두에게 특수강도 및 특수강도 미수죄를 적용했다.
피고인들은 재판에서 "손님들에게 술을 먹이고 술값을 과다하게 결제한 사실은 있지만, 특수강도죄까지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강도죄가 성립되기 위한 '폭행'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매니저 등 직원들이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할 의사를 가지고 술을 연속해 마시도록 해 정신없는 상태에 빠지게 했는데, 이는 특수강도죄에서의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판례를 인용했다. 지난 2005년 대법원은 "특수강도죄에서의 폭행이란 주류 또는 약물을 사용하여 사람을 졸음이나 혼취 상태에 빠뜨리는 것도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혼취상태란, 술에 취해 정신없는 상태를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