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공' 안전사고 우려에 묶인 송파구 구급차들⋯정작 중환자는 18km 떨어진 병원으로
'올공' 안전사고 우려에 묶인 송파구 구급차들⋯정작 중환자는 18km 떨어진 병원으로
소방본부 "공백 없다" 답변

서울 송파구 구급차가 장기 집회 현장에 묶이면서 관내 응급 환자 출동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뉴스
송파구에서 발생한 응급 환자 신고에 18km 밖 구급차가 출동하는 아찔한 '도미노 공백'이 벌어지고 있다.
"거기 구급차 없나요?" 무전 울려도 출동 못 하는 대원들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의식이 저하된다는 다급한 119 신고. 하지만 정작 관할인 송파구 구급차는 출동하지 못했다.
올림픽공원에서 석 달째 이어지는 집회 현장에 근접 배치되어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9.4km 떨어진 강남구 구급차가 출동했고, 인근 병원 수용 거부로 환자는 18km나 떨어진 한양대 병원으로 이송됐다.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에 따르면, 평소 10건 중 2건이던 강남구의 송파구 지원 출동은 최근 7건까지 폭증했다.
송파구의 구급차가 비면 강남구에서 넘어가고, 그 빈자리를 다시 서초구와 관악구 구급차가 당겨서 채우는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매일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소방기본법의 딜레마… '행사 지원' vs '관내 구급'
관련 법령(소방기본법)은 집회나 공연 등 대규모 행사 시 사고에 대비해 소방력을 근접 배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단,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붙는다. "화재나 구조, 구급 출동 같은 소방 활동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 65만 명의 송파구에 배정된 구급차는 단 8대뿐이다. 이 중 일부가 온종일 집회 대기에 묶이면서 관내 구급 활동에 치명적인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 3개월간 집회 현장에서의 구급 활동은 온열질환이나 찰과상 등 78건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시각 관내에서는 심정지 환자를 위한 구급차를 애타게 찾는 무전이 울려 퍼졌다.
탁상행정이 낳은 현장과의 괴리
이러한 상황에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와 송파소방서는 "관내 소방력 공백이나 활동 수행에 지장을 주는 사례는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대원들이 "우리가 보초 서려고 출근하냐"며 허탈감을 토로하는 것과 대비된다.
집회 현장에서 차로 불과 2분 거리에 119 안전센터가 존재함에도 기계적인 근접 배치를 고집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의 경직성이 현장의 융통성을 가로막을 때 시민의 안전은 위협받는다. 소방당국의 유연하고 효율적인 소방력 운영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