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서 벌레 나왔어요" 미리 준비한 사진으로 305번 환불받은 '배달앱 진상'
"음식에서 벌레 나왔어요" 미리 준비한 사진으로 305번 환불받은 '배달앱 진상'
가짜 이물질 사진으로 배달 음식 무전취식
점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
법원 "죄질 매우 불량"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장님, 방금 배달 온 음식에서 벌레가 나왔는데요. 환불해 주세요."
배달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화다. 위생 문제나 별점 1점 테러로 가게 평판이 깎일까 노심초사하는 점주들은, 진위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전에 울며 겨자 먹기로 환불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치명적인 약점을 교묘하고 끈질기게 파고든 이른바 '배달앱 진상' 손님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주운 가짜 벌레 사진을 무기 삼아 무려 305번에 걸쳐 공짜 밥을 먹고, 환불을 거부하는 점주에게는 무차별적인 리뷰 테러와 스토킹까지 서슴지 않았던 이 사람. 법원은 이 악질적인 범행을 어떻게 심판했을까.
2년간 이어진 305번의 '가짜 벌레' 사기극
서울북부지방법원(1심 김선범 판사, 2심 재판장 원정숙)은 사기, 사기미수, 업무방해, 협박,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과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적시된 A씨의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2023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약 2년 동안, A씨는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해 건네받은 뒤 어김없이 고객센터나 점주에게 연락했다. "음식에 벌레 등 이물질이 들어있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A씨가 배달받은 음식에서 벌레가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는 그저 환불을 받아내기 위해 미리 준비한 벌레 등 이물질 사진을 전송했을 뿐이다.
재판부는 A씨가 자영업자들의 심리를 악용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판결문에는 "피고인은 음식점 점주들이 소위 별점 등 음식점에 대한 평판에 악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해 음식물 환불 요구에 대부분 응하고 있고, 특히 배달 음식에 대하여는 이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고 명시됐다.
A씨가 이런 수법으로 305회에 걸쳐 편취한 금액은 총 770만 8,275원에 달했다.
"스토킹으로 신고해 보세요 흐흐"… 환불 거부하자 시작된 보복
A씨의 범행이 더욱 경악스러운 지점은, 환불을 거부하는 점주를 상대로 보인 적반하장식 태도다.
2024년 3월, 한 식당 점주는 A씨의 환불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불과 반년 전에도 똑같은 이유로 환불을 받아 간 A씨의 수법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거짓말이 통하지 않자 앙심을 품은 A씨의 폭주가 시작됐다.
악의적인 별점 테러
A씨는 해당 식당 배달앱 리뷰 창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음식에서 벌레 나왔고 전화드리니 책임 회피하시더니… 가게에서 벌레 자주 나오는 게 왜 제 책임이죠? 1399에 신고하고 소비자분쟁위원회에 신고할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거 다 할 거고요."
완벽한 허위 사실로 식당의 영업을 방해한 것이다.
문자메시지 폭탄
A씨는 식당 점주에게 "제발 쪽팔린 걸 좀 아세요. 벌레 자주 나오는 걸 남한테 떠넘기지 마세요"라며 언론 제보와 관청 신고를 운운하는 협박 문자를 25차례나 쏟아냈다.
조롱 섞인 스토킹
견디다 못한 식당 점주가 "자꾸 연락하시면 스토킹으로 신고하겠습니다"라고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A씨는 불과 1분 뒤 "스토킹으로 신고하시면 됩니다! (...) 신고할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요 흐흐"라며 조롱하는 문자를 보냈고, 이후에도 15차례나 더 불안감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심지어 A씨는 환불 조건으로 '문제가 된 음식물을 직접 수거해 확인하겠다'고 요구한 일부 점주들에게는, 실제로 1399에 허위 신고를 넣어 관할 관청의 위생점검을 받게 하는 악질적인 보복까지 서슴지 않았다.
법원이 '징역 1년' 철퇴를 내린 이유
전체 피해액 770만 원, 305회 범행으로 나누면 1회당 평균 피해 금액은 2만 5,000원 남짓한 소액 사건이다. 그럼에도 법원이 징역 1년이라는 무거운 형을 선고한 배경에는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 범죄 중대성이 있었다.
1심을 맡은 김선범 판사는 양형 이유를 통해 "피고인은 매출과 직결되는 위생 상태와 배달 어플 리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소규모 자영업자들 등 피해자들을 상대로 가짜 사진을 이용해 속여 편취했다"며 꼬집었다.
이어 업무방해, 협박, 스토킹은 물론 위생점검 보복까지 가한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경찰 조사를 여러 차례 받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범행을 지속하다 실질적으로 구속이 되어서야 멈춘 점, 대다수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원심의 형이 양형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