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믿고 내준 인감, 집안에 '빨간 딱지'…'날벼락' 연대보증, 구제 방법은?
엄마 믿고 내준 인감, 집안에 '빨간 딱지'…'날벼락' 연대보증, 구제 방법은?
법조계 "강제집행정지·청구이의 소송 시급…'어머니 고소' 딜레마"

청약 당첨자 A씨는 어머니가 인감을 도용해 연대보증을 서 집이 압류될 위기에 처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청약 당첨의 꿈, 압류의 악몽으로…'빨간 딱지' 무슨 일?
생애 첫 집 마련의 꿈에 부풀었던 A씨의 집에 차가운 '빨간 딱지(압류물 표목)'가 붙었다. 어머니에게 믿고 건넨 인감도장 하나가 A씨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비극의 씨앗이 됐다.
사건은 작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약에 당첨돼 서류 준비에 한창이던 A씨에게 어머니는 "회사 월급이 많아 가족 인감이 필요하다"는 알 수 없는 이유를 대며 인감증명서를 요구했다.
1년 뒤, 법원에서 날아온 '강제집행 통지서'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어머니가 A씨 몰래 보험사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서고 공증까지 받은 것이다. A씨는 연대보증과 공증 사실 모두를 강제집행이 시작된 후에야 알게 됐다며,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했다.
'골든타임' 놓치면 끝…변호사들 "일단 멈춰라"
날벼락 같은 소식에 5일을 허비한 뒤에야 전문가를 찾은 A씨.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긴급 조치'를 주문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재헌 변호사는 "이미 동산압류가 이뤄진 만큼, 신속히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구이의의 소'란 법원의 집행권원(강제집행 권리)이 부당하다며 집행을 막아달라고 요청하는 소송이다. A씨의 경우 '나는 보증 계약에 동의한 적 없으니 이 빚은 내 빚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이와 함께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야만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 압류된 가구가 경매로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시간이 생명인 '골든타임'이 존재하는 이유다.
내 동의 없는 보증, 법적으로 무효 아닌가?
원칙적으로 A씨의 보증 계약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법률사무소 율선의 홍경열 변호사는 "어머니가 인감을 도용해 공증과 연대보증을 했다면 본인에게 효력이 없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법원 판례(2008다42195)를 근거로 들었다. 타인의 인감과 인감증명서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보증 계약을 체결할 대리권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결국 대리권이 있었다는 사실은 돈을 빌려준 채권자 측이 입증해야 한다. A씨는 계약서에 직접 서명한 적이 없고, 보증 사실을 통지받지도 못했으며, 인감을 건넬 당시 어머니가 사용 목적을 속였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입증해 맞서야 한다.
구제의 열쇠 '어머니 고소'…피할 수 없는 잔인한 선택
하지만 채무에서 벗어나는 길은 가혹한 선택을 강요한다. 계약 무효를 가장 확실하게 입증하는 방법이 바로 어머니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형사 고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렉스의 김인혁 변호사는 "어머니를 고소해 처벌받게 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문서가 위조되었음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법률사무소 두루라기 이주락 변호사는 A씨가 처한 딜레마를 '① 현재 상황처럼 어머니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길'과 '② 어머니의 형사 처벌을 감수하고 채무 무효 소송을 진행하는 길'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로 명확히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A씨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민사소송에서 '문서 위조'를 주장해 채무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A씨가 직접 고소하지 않더라도 채권자 측에서 어머니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결국 A씨는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의 범죄 사실을 법정에서 입증해야 하는 잔인한 상황에 놓였다. 법조계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함부로 맡기는 행위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