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 적용 대상 아니다"⋯신탁 때문에 40년만에 '상속제도'가 흔들렸다
"유류분 적용 대상 아니다"⋯신탁 때문에 40년만에 '상속제도'가 흔들렸다
누구나 일생에 한 번은 겪어야 하는 법률문제 '상속'

그러나 사건·사고 없이 평생을 바르게 살아온 사람도 일생 동안 반드시 한 번은 겪게 되는 생활과 밀접한 법률문제가 있다. 바로 '상속'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누군가 당신에게 '법률문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가? 위 질문을 받은 10명 중 9명은 법원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이 출석하여 진행하는 민·형사 사건의 법정 풍경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법정 이미지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보아온 것이고, 실제로는 일평생 법원 근처에 가볼 일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많은 사람들은 사건·사고를 동반하는 '법률문제'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건·사고 없이 평생을 바르게 살아온 사람도 일생 동안 반드시 한 번은 겪게 되는 생활과 밀접한 법률문제가 있다. 바로 '상속'이다. 현행법상 상속이란, "자연인(自然人)의 사망에 의하여 그 사람(피상속인)에게 속하였던 모든 재산상의 지위(법률관계) 내지 권리의무가 일정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상속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죽음은 피할 수 없기에 일생에 적어도 한 번은 상속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고, 고령화 사회에서 접어들며 상속 문제에 대한 관심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상속인은 상속개시(피상속인의 사망)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모든 재산상의 지위 내지 권리의무를 승계하고(민법 제1005조 본문), 그 상속분은 특별한 유언이 없는 경우에는 상속인들이 법률로 정해진 비율에 따라 나누어 갖는다(민법 제1009조).
이때 유언으로 상속인 중 특정인에게만 상속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면 아버지가 세 자녀 중 생전에 유독 예뻐하던 둘째에게, 전 재산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유언 자체가 유효하다면 원칙적으로 그에 따라 특정인(둘째)이 전 재산을 취득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법은 위와 같은 경우에도 다른 상속인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첫째와 셋째가 (전 재산을 받은) 둘째를 상대로 상속재산의 일부를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유류분(遺留分)'제도를 두고 있다(민법 제1112조 이하). 사실상 유언에 따른 상속에도 일정한 제한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1979년부터 시행돼 40년 이상 유지된 유류분 제도가 흔들린 판결이 나왔다. 지난 2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있던 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이다.
법원은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3년 전 자신의 둘째 딸을 위해 금융기관에 유언대용신탁으로 맡긴 재산(신탁재산)에 관해 다른 상속인들이 유류분반환 청구를 한 사건에서, 신탁재산에 대한 반환 청구를 기각하였다. 즉, 신탁을 통해 전 재산을 특정인에게 이전할 경우 유류분 제도의 제약을 벗어날 가능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정인에게 유산을 몰아줄 방법이 지금까지는 마땅치 않았는데, 이번 재판을 통해 법원이 "신탁을 통해서라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해준 셈이다.
위 판결은 신탁의 기본 구조와 신탁재산의 독립성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기에 아래의 간단한 설명을 통해 그 의미를 좀 더 쉽게 이해해 보자.
신탁제도는 신탁재산을 맡기는 사람인 '위탁자', 그 재산을 맡는 사람인 '수탁자' 그리고 그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누리는 사람인 '수익자'의 삼각 구조를 주요한 특징으로 한다. 신탁제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위와 같이 신탁자가 신탁재산으로 인해 이익을 볼 수익자와 그를 위해 재산을 관리할 믿을 수 있는 수탁자를 마음대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탁재산에 대한 법률효과를 논하는 출발은 '신탁재산의 독립성'이다. 신탁재산의 독립성은 신탁제도를 활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위와 같은 신탁 관계의 성립에 따라 위탁자로부터 수탁자에게 이전된 신탁재산은 대·내외적으로 수탁자가 소유자로 인정된다.
하지만, 신탁재산이 온전히 수탁자의 소유가 되는 것이 아니고 수탁자는 자신의 기존 재산과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구분하여 수익자를 위해 관리하여야 하므로(신탁법 제32조), 신탁재산은 원래 수탁자 재산인 고유재산과 별개의 독립된 재산으로 취급된다. 결국 신탁재산은 종전 소유자인 위탁자로부터의 독립은 물론이고 수탁자로부터도 독립되어 관리될 뿐만 아니라, 위탁자나 수탁자 개인의 일반 채권자의 신탁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등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신탁법 제22조). 신탁재산의 독립성으로 신탁재산은 수익자를 위하여 안전하게 보전될 수 있다.
앞선 판결에서 법원도 신탁재산의 독립성에 따라, 유언대용신탁으로 맡긴 재산의 소유권은 피상속인(위탁자)이 아닌 신탁을 받은 금융기관(수탁자)이 가진다는 점에 근거해 유류분반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만약 위와 같은 법리가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확정되어 정착된다면 상속인은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를 받으면서 유류분 반환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 유언대용신탁을 적극 활용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