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 정류장 쟁탈전, '관할권' 다른 두 버스회사…법원의 최종 판단은?
63빌딩 정류장 쟁탈전, '관할권' 다른 두 버스회사…법원의 최종 판단은?
전북 소속 공항버스, 서울시와 협의 없이 정류장 무단 변경
경쟁사 소송에 대법원 "관할 밖 정류장 변경은 인가 대상, 사전 협의 필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서울의 상징적인 건물 63빌딩 앞 공항버스 정류장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지역에 기반을 둔 두 운송사 간의 치열한 법적 다툼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막을 내렸다.
법원은 관할 구역을 벗어난 정류장 변경은 반드시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장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는 '인가' 사안이라며, 절차를 무시한 영업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하나의 정류장, 두 개의 버스…'63빌딩'에서 시작된 갈등
갈등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라북도에 주사무소를 둔 시외버스 회사인 A사는 전주에서 출발해 서울 63빌딩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노선을 운영하고 있었다.
A사는 당초 63빌딩 내부 주차장을 정류소로 이용했으나, 건물 측의 사정으로 더 이상 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A사는 별다른 대안 없이 63빌딩 서편 도로변에 있는 공항버스 정류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정류장은 서울시에 주사무소를 둔 시내버스 회사 B사가 서울시장의 인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설치하고 운영하던 곳이었다.
A사는 이와 같은 정류장 위치 변경을 '경미한 사항'이라 자체 판단하고, 자신의 관할 관청인 전라북도지사에게 '신고'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마무리했다. 전라북도지사는 이 신고를 그대로 수리했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정류장을 경쟁사와 함께 쓰게 된 B사는 즉각 반발했다.
B사는 A사가 63빌딩-인천공항 구간의 승객을 운송하며 사실상 동일 노선에서 경쟁하게 되자, 이는 부당한 영업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결국 B사는 A사의 정류장 변경 신고를 수리한 전라북도지사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당시 건설교통부)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위원회는 B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불복한 A사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 "정류장 변경, 단순 신고 아닌 '인가' 사안…관할 다른 서울시와 '협의'했어야"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였다.
▲정류소 위치 변경이 단순 '신고' 사항인지, 아니면 관할 관청의 '인가'가 필요한 사항인지 ▲A사의 관할 관청인 전라북도지사가 정류장이 위치한 서울특별시장과 사전에 '협의'할 의무가 있었는지 ▲'정류소'의 법적 의미는 무엇인지였다.
1, 2심에 이어 대법원은 B사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A사의 정류장 변경은 단순히 승강장 위치를 옮기는 수준이 아니라고 보았다.
법원은 '정류소'란 단순히 '63빌딩'이라는 추상적인 구역이 아니라, 표지판과 시설을 갖춘 구체적인 물리적 장소를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따라서 A사가 건물 내 주차장에서 도로변의 특정 정류장으로 옮긴 것은 '정류소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했다.
이어 재판부는 시외버스 운송사업자가 자신의 관할 구역을 벗어난 곳에 정류소를 변경하는 것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상 '경미한 신고 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규정에 없는 이상, 원칙으로 돌아가 관할 관청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중대한 사업계획 변경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사전 협의' 의무를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다.
2개 이상의 시·도에 걸치는 노선과 관련된 사업계획을 변경하려면,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다른 지역의 교통 질서, 기존 사업자와의 경쟁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률은 관할 시·도지사 간 사전 협의 절차를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A사의 사업계획 변경 인가 권한을 가진 전라북도지사는 정류소가 위치한 서울의 교통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처분 이전에 반드시 서울특별시장과 협의했어야 했다.
이러한 협의 절차를 건너뛴 채 이루어진 신고 수리 처분은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위법한 행정행위라고 법원은 못 박았다.
이번 판결은 운수사업과 같이 공공성이 강하고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얽힌 분야에서는 관할권과 절차적 정당성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