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형은 벌금 100만원, 법원은 벌금 500만원 선고…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나
검찰 구형은 벌금 100만원, 법원은 벌금 500만원 선고…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나
약식 기소로 검찰은 100만원 구형했는데⋯법원의 선택은 벌금 500만원
판사는 검사의 의견을 참고할 뿐⋯벌금액 줄이려면 '정식재판' 청구해야
유리한 양형사유 없다면, 정식재판 청구하는 것 의미 없을 수도

검찰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했지만, 법원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판사가 무려 5배나 많은 벌금을 선고한 것. A씨는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피고인을 벌금 5,000,000(오백만)원에 처한다."
법원에서 날아온 약식명령서를 받아 든 A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예상보다 벌금액이 너무 커서다. 앞서 검찰은 A씨를 약식 기소했다. 약식 기소란 정식 재판 없이 서면 심리를 통해 형량이 정해지는 간이 재판 절차. 당시 검찰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그런데 판사가 이보다 무려 5배나 많은 벌금을 선고한 것이다. A씨는 선고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검찰과 재판부의 판단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벌금액을 조정할 방법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우선 변호사들은 판사의 결정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판사가 판결할 때 검사의 청구 사항은 참고사항일 뿐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검사의 구형은 검사의 의견일 뿐"이라며 "판사는 검사의 구형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예우의 이우석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이우석 변호사는 "검사가 징역형을 구형해도, 판사는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 것"이라며 "법원은 검사의 구형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A씨가 벌금액을 줄이길 원한다면, 정식재판을 청구해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정식 재판은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청구할 수 있다. 7일이 지나면 약식 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에스제이파트너스의 이정석 변호사는 "약식명령으로 나온 벌금액을 다투려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방법 외엔 없다"고 했다.
다만, 변호사들은 정식재판에서 A씨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법원이 벌금액을 낮춰줄 만한 별도의 양형 사유가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법무법인 하신의 김정중 변호사는 "A씨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액수만 다투는 것이라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의미가 크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벌금 액수가 더 커질 수 있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은 피고인이 상소한 사건에서 원심판결보다 중한 판결을 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민사소송법이나 형사소송법에서 적용된다. 그러나 이 원칙은 약식명령에서 정식재판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약식명령으로 받은 벌금액을 깎아보려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벌금 폭탄을 맞은 경우도 있다. 지난 2019년 대구지법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초 B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와 연루돼 약식명령으로 100만원의 벌금을 받았는데,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그런데 오히려 벌금액이 10배로 늘어났다. 사건을 맡은 형사5단독 김형한 부장판사는 "자신의 억울함만 하소연할 뿐 피해자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애초의 벌금 100만원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판시하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