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는 세입자 탓?' 전세금 꿀꺽하려다 큰코다칠 집주인
'곰팡이는 세입자 탓?' 전세금 꿀꺽하려다 큰코다칠 집주인
반려동물 훼손은 책임져도, 건물 하자는 임대인 몫…법적 대응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집 전체의 곰팡이와 누수까지 문제 삼으며 '전체 도배'를 요구하고 나섰다. / AI 생성 이미지
계약 만료를 앞두고 고양이가 훼손한 벽지는 책임지겠다는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집 전체의 곰팡이와 누수까지 문제 삼으며 '전체 도배'를 요구하고 나섰다.
'도배 안 하면 전세금 못 준다'는 집주인의 엄포에 법률 전문가들은 “명백한 과잉 청구”라며, 내용증명 발송부터 임차권등기명령, 보증금 반환 소송까지 단계별 법적 대응을 통해 소중한 전세금을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양이 발톱자국은 'OK', 곰팡이는 'NO!'...원상복구, 어디까지?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 A씨는 황당한 요구에 직면했다. 함께 사는 고양이가 벽지 일부를 긁어 훼손한 부분에 대해선 당연히 도배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지만, 집주인은 이를 빌미로 집 안의 곰팡이와 누수 흔적까지 모두 A씨 책임으로 돌렸다. 심지어 “집 전체를 도배하지 않으면 전세금을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집주인의 요구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세입자의 원상복구 의무는 어디까지나 고의나 과실로 인한 손상에 국한될 뿐, 건물의 노후화나 구조적 문제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김강희 변호사(법무법인 도모)는 “임차인의 원상복구 의무는 고의나 과실로 인한 훼손에 한정됩니다. 노후화나 자연 마모, 임대인의 관리 미흡으로 발생한 곰팡이, 누수 등은 임차인 책임이 아닙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민법 제623조 역시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건물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 줄 '수선의무'를 부여한다. 곰팡이나 누수는 대부분 건물 자체의 하자로 발생하기에 근본적인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가 제때 알리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더라도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유희원 변호사는 “임대인이 ‘세입자가 제때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전가하려면, 세입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방치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한데, 위와 같은 사정은 거의 없거나 재판 시 인정되지 않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전세금 못 줘' 버티는 집주인, 3단계 법적 대응법
집주인이 끝까지 부당한 요구를 고집하며 전세금 반환을 거부할 경우, 세입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3단계 법적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첫 번째 단계는 ‘변호사 명의의 내용증명’ 발송이다. 내용증명 자체에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분쟁 사실과 세입자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고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 유희원 변호사는 “만료일 전에 변호사의 검토를 받은 내용증명을 보내면, 상대방이 압박감을 느껴 사건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며 소송으로 가더라도 유리한 증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단계는 이사가 불가피할 경우 필수적인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를 가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오 변호사(법무법인 중산)는 “만약 이사 당일 전세금을 받지 못한다면, 절대 짐을 다 빼거나 전입신고를 옮기지 마시고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합니다”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마지막 단계는 ‘전세금 반환 청구 소송’이다. 임승빈 변호사(법률사무소 명중)는 임차권 등기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증금에 대하여 연12%의 지연손해금을 받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며, 소송을 통해 지연 이자까지 받아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한 이번 사건이 “임대인 통장 등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받아 집행재산 확보가 시급한 사건”이라며, 소송과 함께 채권 확보 절차를 병행할 것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