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로 법정에 가게 된 "아들 낳은 후궁보다 더하다" 발언⋯변호사들의 판단은?
모욕죄로 법정에 가게 된 "아들 낳은 후궁보다 더하다" 발언⋯변호사들의 판단은?
민⋅형사상 책임 묻겠다는 고민정 의원⋯법정 다툼 전망 살펴봤더니
변호사 3명 중 2명 "'후궁'이라는 표현은 모욕죄 가능성 크다"
의견 갈리지만 민사상 위자료는 인정될 확률 낮아⋯'국회의원'이기 때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조선 시대 아들 낳은 후궁보다 더한 대접"과 같은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가운데 고 의원이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조 의원을 고소했다. /연합뉴스
때아닌 '후궁' 논란으로 설전이 오갔다. 정쟁(政爭)의 주인공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지난 22일 고민정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향해 남긴 말이 다툼의 단초가 됐다. 서울 광진을 지역구를 두고 경쟁했던 고 의원이 오세훈 후보를 겨냥해 "지난해 총선에서 지역구 주민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오 후보와 같은 당 소속인 조수진 의원이 역공에 나섰다.
"조선 시대 아들 낳은 후궁보다 더한 대접"
"산 권력을 등에 업고 당선"
"선거공보물에 허위학력을 기재하고도 무탈"
특히 논란을 빚은 것은 '아들 낳은 후궁'이라는 표현이었다. 이튿날인 지난 27일, 고 의원은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조 의원을 고소했다. 28일 더불어민주당도 조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에 제출했다.
조 의원은 SNS 글을 삭제하고 사과했지만, 사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로톡뉴스가 이번 법정 공방의 전망을 변호사들과 함께 살펴봤다.
이번 사안을 지켜본 변호사들은 "조수진 의원의 발언이 지나쳤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형사상 모욕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해선 "할 수 있다"(2명)와 "할 수 없다"(1명)로 의견이 갈렸다.
법률 자문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심지연 변호사는 "'후궁'이라는 표현 자체보다는, 그 뜻을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썼는지가 중요하다"며 "조 의원의 표현은 단순히 국회의원 간 정치적 언사로만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 의원이라는 이유로 '후궁'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은 고 의원의 사회적 평가를 해할 수 있는 모욕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율봄 법률사무소의 진선우 변호사도 "우리 사회의 일반 관념상 '후궁'이라는 단어가, 부도덕한 성적 관계를 암시하는 '첩'의 다른 표현으로 인지된다"며 "이는 여성비하적인 표현이자 경멸적 감정을 담은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무례한 비유이긴 해도 모욕 혐의를 단정 짓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옳은 법률사무소의 강승구 변호사는 "여야가 공방을 펼치는 것이 정치의 특성이라고 하더라도, 다툼을 대화와 포용으로 풀어가려고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먼저 전했다.
이어 "총선에서 정권 차원의 지원을 받는 등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극적이고 적합하지 못한 비유가 사용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표현이 정치적 견해를 넘어서,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거나 경멸하기 위해 쓰인 것이라고는 해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8일 조수진 의원은 문제의 게시글을 삭제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러한 대처로는 한발 늦었다"고 공통의견을 냈다.
강승구 변호사는 "고소 직후에 문제가 된 SNS 글을 삭제했더라도, 그러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단 수사는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심지연 변호사도 "이미 조 의원의 게시글이 언론 등을 통해 충분히 알려졌고, 고소가 진행된 이후 글을 삭제했기 때문에 범죄 성립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선우 변호사는 "조 의원이 모욕의 고의가 있었다고 전제한다면, 이미 SNS에 관련 글을 올렸을 때 모욕죄가 성립할 '공연성'이 충족된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모욕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통 형사처벌이 확정되면, 이를 토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선 한 가지 변수가 있다. 피해자가 일반인이 아닌 국회의원이라는 점이다.
국회의원이 '정신적 피해'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국회의원이라면 일정 정도의 비판을 용인해야 한다는 게 우리 대법원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강승구 변호사는 "조 의원의 발언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면서도 "국회의원의 공적 신분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판례에 따라) 위자료 청구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심지연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일반인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면 위자료청구가 인용되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라면서도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감안하면 정치적 비판의 연장선에서 수용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고 의원이 '여성'이기 때문에 이뤄진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볼 수도 있어 일부 인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진선우 변호사는 "국회의원은 면책특권 등을 통해 통상의 공직자보다 현저히 다른 발언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사회의 비판도 폭넓게 수용 돼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2012다19734 등)"이라며 "이 점을 고려하면 민사상 손해배상이 인용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선 조 의원의 발언이 ▲공공의 이해에 부합하거나 다양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안에서 이뤄진 게 아닌 점 ▲모욕을 가할 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 점 등에서 위자료가 인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 변호사는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