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의 모텔 감금과 반성문 10장…9천만원 인출 직전, 경찰이 문을 두드렸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4일간의 모텔 감금과 반성문 10장…9천만원 인출 직전, 경찰이 문을 두드렸다

2025. 09. 02 11:5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검사 사칭범에 속아 나흘간 모텔서 거짓 반성문

심리 지배 신종 수법에 경악

A씨가 쓴 자필 반성문 모습. /연합뉴스

하지도 않은 범죄의 피의자가 되어 나흘간 모텔에 스스로를 가둔 채 10장짜리 반성문을 쓰던 20대가 9천만 원의 피해를 보기 직전 경찰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는 단순 금융 사기를 넘어, 피해자의 죄책감을 자극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가스라이팅' 방식의 심리 지배형 범죄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모든 비극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대구에 사는 20대 A씨에게 자신을 검사라고 밝힌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수사 중인 사기 사건에 당신의 계좌가 연루됐다. 구속영장 청구를 막으려면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조직원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A씨는 순간 얼어붙었다.


조직원은 “수사의 일환이니, 지금 당장 대전으로 가 모텔에 투숙하라”는 상식 밖의 지시를 내렸다. A씨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의심할 겨를도 없이 대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A4 10장 빼곡히 채운 거짓 반성문

대전 동구의 한 모텔에 도착한 A씨에게 이른바 ‘셀프 감금’이 시작됐다. 조직원은 A씨에게 “그동안 살아온 인생과 잘못한 일을 모두 반성문으로 쓰라”고 지시했다.


A씨는 조직원의 전화 지시를 받으며 펜을 들었다. 나흘 동안 그가 자필로 쓴 반성문은 A4용지 10장 분량에 달했다. 반성문에는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 한 제 잘못으로 범죄에 연루되었습니다”와 같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에 대한 자책과 후회가 가득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A씨의 심리를 완벽하게 지배하며 스스로를 죄인으로 믿게 만드는 치밀함을 보였다.


9천만원 인출 직전…1시간의 설득, 그리고 구출

심리적 지배가 끝났다고 판단한 조직원은 금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무죄를 증명하려면 자산 검수가 필요하다. 돈을 준비하라.” A씨는 부모에게 2천만 원을 받고 긴급 대출로 2천만 원을 마련하는 등 총 9천만 원에 달하는 거액을 모아 조직원에게 전달하기 직전이었다.


바로 그 순간, “아들이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것 같다”는 부모의 애타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모텔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A씨는 경찰을 보고도 “피해 본 사실이 없다”며 완강히 저항했다. 이미 조직원을 수사관으로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동한 경찰관은 1시간 넘게 실제 보이스피싱 셀프 감금 사례들을 들어가며 끈질기게 A씨를 설득했고, 그제야 A씨는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돈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반성문 작성과 같은 수법으로 피해자의 심리를 지배하는 등 범죄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