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60억 곗돈 사기, 3억만 송치… 검찰, '돌려막기' 입증해 혐의 확대할까?
8년간 60억 곗돈 사기, 3억만 송치… 검찰, '돌려막기' 입증해 혐의 확대할까?
경찰, "2023년 7월 이전 사기 의도 입증 어려워" 일부 불송치
법조계 "초기부터 지급 능력 없었다면 전체가 사기"

서울영등포경찰서 로고 /연합뉴스
2018년부터 8년간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60억 원대 곗돈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 70대 여성 김모 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그러나 경찰은 전체 피해액 중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검찰 수사에서 혐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사기 혐의를 받는 김씨를 지난 8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이자를 쳐주겠다"며 계를 조직한 뒤 계원들로부터 받은 곗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현재까지 파악된 총 피해 규모는 60억 원에 이르며, 이 중 7건의 고소가 접수된 피해액은 약 15억 원이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만기금을 지급할 능력 없이 곗돈을 수금한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한 2023년 7월 이후의 범행에 대해서만 사기 의도를 인정했다.
결국 검찰에 송치된 사건의 피해액은 약 3억 원에 그쳤으며, 그 이전의 행위에 대해서는 "사기 의도를 증명하기 어렵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사기죄 판단의 쟁점: '언제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나
경찰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사기죄의 성립요건 때문이다.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돈을 갚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돈을 받을 당시(계불입금 수령 당시)에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대법원 역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해야 한다"며, "거래 후 경제사정 등의 변화로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여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265 판결).
경찰은 이 법리에 따라 2023년 7월 이전에는 김씨에게 변제 능력이 있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수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반격 카드: '돌려막기'와 '미필적 고의'
그러나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곧 면죄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2023년 7월 이전의 행위에 대해서도 사기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히 '돌려막기' 방식의 계 운영이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판례는 새로운 계원의 돈으로 기존 계원의 빚을 갚는 '돌려막기'에 대해, 그 자체로 기망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11. 선고 2017노1141 판결).
즉, 처음부터 정상적인 계 운영이 아닌 '돌려막기'를 계획했다면, 계를 조직한 2018년 시점부터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기죄의 범의는 확정적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다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피고인이 "언젠가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고 인식하면서도 범행을 저질렀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다음과 같은 간접 사실들을 통해 2023년 7월 이전의 행위에 대한 편취의 고의를 입증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 계 운영 초기부터의 재정 상태: 2018년 계를 시작할 당시부터 김씨에게 별다른 재산이나 수입이 없었고, 오히려 상당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면 초기부터 편취 고의를 인정할 근거가 된다 (울산지방법원 2016. 5. 19. 선고 2015고단2600 판결).
- 계불입금의 개인적 유용: 계원들에게 받은 돈을 개인 채무 변제나 생활비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편취 고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 (울산지방법원 2020. 11. 12. 선고 2019고정843 판결).
- 파계 사실 은폐: 이미 일부 계가 파탄 나 지급이 불가능한 상태임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다른 계원들로부터 계속 곗돈을 받았다면, 그 시점부터의 행위는 명백한 사기죄에 해당한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19. 4. 17. 선고 2018고단4555 판결).
향후 수사 전망: 지급 불능 시점 소급 및 특경법 적용 가능성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김씨의 지급 능력이 완전히 소진된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에 달려있다.
검찰은 계좌 추적, 채무 현황 분석,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경찰이 설정한 2023년 7월보다 훨씬 이전부터 김씨가 사실상 지급 불능 상태였음을 증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검찰의 추가 수사를 통해 사기 피해액이 5억 원 이상으로 인정될 경우, 형법이 아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 8년간 이어진 곗돈 사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검찰의 손에 달리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