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신 돼지·육수남"은 모욕죄일까?…법원의 대답은 YE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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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신 돼지·육수남"은 모욕죄일까?…법원의 대답은 YES였다

2025. 12. 04 19:3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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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꼴아봐" 시비 끝에 "문신 돼지, 육수남" 비하

피고인 "거친 단어일 뿐 욕설 아냐" 항변했지만

2심도 벌금 100만 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영화관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의 시선이 불쾌하다는 이유로 시작된 시비. 감정이 격해진 A씨의 입에서는 거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신", "돼지", "육수남".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노골적인 욕설(새끼 등)은 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단순히 외양을 묘사하거나 거친 단어를 썼을 뿐,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욕설 없는 비하 발언을 어떻게 판단했을까.


수원지방법원 제7형사부(재판장 김병수)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지난 10월 13일 밝혔다. 법원은 "문신, 돼지, 육수"라는 표현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경멸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뭘 꼴아봐" 시비 건 뒤 폭발... 일면식 없는 행인에게 화풀이

사건은 영화관 인근에서 발생했다. A씨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가 자신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었다. 수사기관 조사에서 A씨는 "나는 이 사회에서 욕을 너무 많이 먹고 산다. 곱게 가기 싫다"며 "나한테 피해를 주면 상대방에게 정신적 피해를 몇 배로 더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피해자를 향해 "문신, 육수남, 돼지"라고 지칭했다. '육수'는 땀을 많이 흘리는 비만인을 비하하는 인터넷 은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보안요원조차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너무 심하게 행동했다"고 진술할 정도였다. 경찰관은 A씨가 계속해서 "문신돼지X끼, 개X끼" 등의 욕설을 퍼붓자 "그러다 모욕죄로 처벌받는다"고 경고까지 했다.


"욕설 안 썼는데요?"... 법원 "그 단어 자체가 모욕"

재판의 쟁점은 A씨가 사용한 단어의 모욕성 여부였다. A씨 측은 "'병X, 새끼' 같은 노골적인 욕설은 쓰지 않았고, '문신, 돼지, 육수' 같은 거친 단어만 썼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모욕죄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발언의 경위 등을 볼 때 '문신, 돼지, 육수'라는 표현 그 자체도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충분히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욕설이 섞이지 않았더라도, 맥락상 상대방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단어라면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뜻이다.


"보는 사람 없었다"... 경찰관도 '제3자'다

A씨는 공연성도 부정했다. "거친 단어는 피해자와 지인만 있을 때 썼고, 경찰이 온 뒤에는 쓰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모욕죄는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공연성)에서 이루어져야 성립한다.


그러나 법원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백화점 보안요원, 그리고 A씨의 지인 모두를 전파 가능성이 있는 제3자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언동을 들은 경찰관, 보안요원 등은 피해자와 아무런 개인적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발언한 이상 공연성을 인정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피해 회복 노력 없어"... 벌금 100만 원 확정

A씨는 성격장애 치료를 받고 있고 초범이라는 점을 호소했으나,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상대로 저지른 범행 죄질이 좋지 않고, 욕설 정도도 결코 가볍지 않다"며 "그럼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반복하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참고] 수원지방법원 제7형사부 2024노8043 판결문 (2025. 10. 13.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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