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 살해 후 오폐수조 은닉…"발찌는 싫다" 김영우, 법원은 어떻게 볼까
전 연인 살해 후 오폐수조 은닉…"발찌는 싫다" 김영우, 법원은 어떻게 볼까
'치밀한 증거인멸'에도 재범 위험성 부인하는 피고인
법원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릴까?

청주 실종 여성 살해범 54세 김영우 /연합뉴스
충북 청주에서 전 연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오폐수처리조에 은닉한 김영우가 법정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만은 기각해달라고 요청해 공분을 사고 있다.
44일간 시신을 숨기기 위해 CCTV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던 그가 '재범 가능성'을 부인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44일간의 실종, 오폐수처리조에서 발견된 참혹한 진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10월 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북 진천군 문백면의 한 노상 주차장에서 김영우는 자신의 SUV 차량 안에서 전 연인인 50대 여성 A씨와 마주했다.
김영우는 A씨가 다른 남성을 만난다는 사실에 격분하여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를 10여 차례 찔러 살해했다.
범행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진천에서 오폐수처리 업체를 운영하던 김영우는 시신을 자신의 차량에 옮겨 실은 뒤, 이튿날 태연히 회사로 출근했다.
퇴근 후에는 거래처 중 한 곳인 음성군의 한 업체 내 오폐수처리조에 시신을 유기했다.
경찰이 김영우의 자백을 받아 시신을 수습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44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영우의 치밀함은 극에 달했다.
수사를 피하고자 피해자의 차량을 여러 장소에 번갈아 숨겼으며,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전환해 위치 추적을 방해했다.
특히 범행 직전에는 자신의 회사 CCTV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증거 인멸을 완벽히 계획했다.
충북 경찰은 범행의 잔혹성과 치밀함을 근거로 김영우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이는 충북 지역 첫 사례다.
"죄는 인정하나 발찌는 싫다" 법정에서 터져 나온 뻔뻔한 요구
12일 청주지법 형사22부(한상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영우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김영우 측 변호인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곧이어 검찰이 청구한 전자발찌 부착 및 보호관찰 명령에 대해서는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즉각 반박했다.
검찰은 김영우의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타인의 고통이나 감정에 대한 민감성이 극도로 낮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CCTV 하드디스크 교체와 휴대전화 조작 등 지능적인 범행 수법을 볼 때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자장치 부착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반면 김영우 측은 "현재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죄의 시간을 갖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전자장치 부착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신을 오폐수조라는 극단적인 장소에 유기하고 은폐를 시도했음에도 장래의 재범 가능성은 없다는 논리다.
'치밀한 은폐'와 '공감 능력 결여', 법원이 바라보는 재범 위험성
살인범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에 근거한다.
핵심은 '살인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느냐다.
대법원은 이를 단순히 가능성이 아니라 "장래에 다시 살인 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으로 정의한다(대법원 2018도7658 판결).
법원은 피고인의 직업, 환경, 범행 동기, 수단, 그리고 '범행 후의 정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김영우의 경우, 오폐수처리조라는 특수 장소를 이용해 44일간 시신을 은닉한 행위는 일반적인 야산 유기보다 은폐 의도가 훨씬 강력하다고 평가된다.
이는 재범 위험성을 인정하는 주요 근거인 '범행 후 정황'에서 매우 불리한 요소다.
유사한 판례인 인천지방법원 판결(2020고합160)에서도 피해자를 살해 후 마대자루에 담아 유기하고 휴대폰을 조작해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한 피고인에게 "치밀한 은폐 계획과 개전의 정 부족"을 이유로 전자발찌 10년 부착을 명령한 바 있다.
김영우 역시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공감 능력 결여가 확인된 만큼, 법조계에서는 부착 명령 인용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피해 회복 주장과 법적 심판의 무게
김영우 측은 '피해 회복 노력'을 강조하며 선처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전자장치 부착을 결정할 때 보호관찰관의 조사 결과와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 결과 등을 엄격히 따진다.
특히 보호관찰 명령의 경우, 전자발찌 부착 시 의무적으로 수반되므로 별도 청구는 기각되더라도 부착 명령 자체가 인용되면 실질적인 감시는 피하기 어렵다(부산지법 2023고합310 판결 등).
전 연인이라는 특정 관계에서 발생한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며 부착 명령을 기각시킨 사례(광주고법 2019노123)도 존재하지만, 김영우처럼 범행 전 CCTV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계획성'이 뚜렷한 경우와는 궤를 달리한다.
시신을 오폐수조에 던져 넣고 44일간 침묵했던 피고인이 이제 와 "발찌만은 안 된다"고 외치는 상황에 대해 법원이 어떤 엄중한 잣대를 들이댈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 공판은 오는 4월 7일에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