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1심 "페달 오조작"...유족 "불복, 항소할 것"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1심 "페달 오조작"...유족 "불복, 항소할 것"
유족 "ECU 결함·긴급제동 미작동" vs 재판부 "EDR 기록 신뢰, 운전자 과실" 판단

2025년 5월 14일 수요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방송. /CBS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캡처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해 12세 손자가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 급발진이 아니라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사고는 68세 여성이 운전하던 티볼리 SUV 차량이 학원에서 손자를 태우고 귀가하던 중 갑자기 속도를 내며 약 600m를 질주하다 수로에 추락해, 동승했던 12세 이도현 군이 사망한 사건이다. 운전자였던 할머니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됐으나 지난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고 이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는 오늘(1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참담하고 울분을 금할 수 없지만, 1심 판결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대법원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소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번 판결은 법의 외피를 썼을지 모르지만 정의의 본질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며 "차량 결함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고 사고 원인을 운전자의 조작 실수로 돌리며 제조사의 책임을 면제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사고 차량에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과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미작동이라는 두 가지 결함이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이 씨는 "이 사건의 본질은 왜 큰 굉음이 발생했는지"라며, "굉음 발생 시점에 머플러에서 다량의 액체 분출과 흰 연기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영상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이 선정한 전문 감정인을 통해 운전자가 기어를 D에서 N으로, 다시 N에서 D로 변경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됐음에도 재판부가 이를 자의적으로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에 대해서도 이 씨는 의문을 제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운전자가 5초간 가속페달을 100% 밟아 시속 116km까지 속도가 올랐다고 분석했지만, 이 씨는 "5초 동안 풀악셀로 밟았다면 속도 변화가 기록된 116km보다 훨씬 더 증가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실제 주행 실험 결과 시속 130km 이상 속도가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이유로 EDR 기록은 운전자의 형사 재판에서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할머니가 "5년 넘게 사고 없이 도현이를 태우고 다녔던 같은 길이었고, 건강상 문제도 전혀 없었다"며 "급박한 상황에서도 두 번의 회피 운전을 한 것은 명확하게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한편, 같은 방송에 출연한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1심 판결에 대해 "가속페달의 동작률이 100%였다는 EDR 기록의 신뢰성이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형사 재판 결과와는 다르게 민사 재판에서는 차량의 전체적인 결함 문제까지 다루기 때문에 재판부가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염 교수는 EDR 기록상 시속 6km만 증가한 부분에 대해 "실제 사고 차량과 실험 차량 간 외부적 변수가 달랐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고 전 모닝 차량과의 충돌이 티볼리 차량 성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등을 재판부가 고려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현재까지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 대법원에서 인정받은 판례가 없는 점을 지적하며, "소비자가 차량 결함을 입증하기 매우 어려운 현실"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차량 제조사가 사고 원인 규명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면 급발진 의심 사고의 원인 파악이 훨씬 쉬워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급발진 의심 상황 발생 시 대처법으로 "1~2초간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에서 완전히 발을 떼어보는 것이 내가 페달을 오조작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1심 판결에 대해 유족 측이 항소 의사를 밝힘에 따라, 향후 항소심에서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