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살이, 결혼생활 힘들어 아픈걸 수도"…친족 성폭력 피해자 항소 기각한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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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살이, 결혼생활 힘들어 아픈걸 수도"…친족 성폭력 피해자 항소 기각한 재판부

2022. 12. 09 17:34 작성2022. 12. 09 18:25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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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일간 미국-한국 오가며 소송 매달렸지만⋯

공소시효 쫓기며 혐의 입증 난항, 결국 피고인 면소

친족 성폭력 피해자가 뒤늦게 용기를 내 시작한 법정다툼.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2년 넘게 매달린 이 재판은 단 10분 만에 끝났다. 그리고 이번에도 사촌인 피고인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친족 성폭력 피해자 A씨가 소송을 시작한 이래, 모든 건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사촌인 피고인으로부터 어린 시절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A씨. 검찰은 이 같은 피고인의 추행이 10년간 22차례나 반복됐다고 짚었다.


A씨는 뒤늦게 용기를 냈다. 지난 2020년부터 거주지인 미국과 재판이 열리는 한국을 수없이 오가며 소송에 매달렸다. 그랬던 이 사건 항소심(2심) 판결이 지난 8일 나왔다. 처음 A씨가 1심 소송을 시작한 때로부터 939일. 항소심(2심)을 기준으로는 577일 만이었다.


그러나 2년 넘게 매달린 재판은 단 10분 만에 끝나버렸다. 이번에도 피고인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의학 전문심리위원까지 나섰지만⋯시간 장벽 넘지 못했다

지난 8일, 서울고법 제10형사부(재판장 이재희 부장판사)는 이 사건 검찰 측 항소를 기각했다.


판단 이유는 1심과 완전히 동일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수면·우울·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했지만 "그게 강제추행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항소심 재판부가 피해자의 상해와 범행 간 인과관계에 주목한 건 바로 '공소시효' 때문이다. 단순 강제추행 혐의만 적용해선 이미 1심 때부터 공소시효가 지나버렸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른 자가 공소시효 기간 내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다면, 처벌 자체를 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


지금은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강제추행치상 혐의까지 추가 입증돼야만 피고인을 처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낸 항소가 기각되면서 피고인은 다시 한번 '면소(免訴·소송의 종결)'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 A씨 사건에서 강제추행과 강제추행치상 공소시효.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A씨는 자신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이 과거 성폭력 때문임을 증명하기 위해 수차례 의학 감정을 받았다. 1심과 달리 항소심부턴 의학 전문심리위원이 소송에 참여하기도 했다. A씨를 직접 감정한 의학전문가가 상해 정도와 그 원인을 분석해, 재판부에 의견을 제출하게끔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A씨가 겪는 주요 우울 장애가 과거 범행으로부터 비롯됐을 수 있다"는 전문심리위원 의견이 제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의학 전문심리위원이 내린 분석은 일종의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라며 "다른 요인으로 인해 A씨에게 상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오랫동안 미국 등 해외에서 생활해왔다"며 "공황장애가 발생한 지난 2019년 무렵엔 결혼을 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오랜 해외살이와 결혼 등으로 인해 주요 우울 장애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었다. 이어 "최후 추행 행위로부터 11년이 지나서야 공황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 오히려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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