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침묵 깬 전 배우자, “폭등한 집값, 내 몫 내놔”
19년 침묵 깬 전 배우자, “폭등한 집값, 내 몫 내놔”
27년간 홀로 지킨 아파트…법조계 “비용 정산으로 배상액 줄여야”

19년 전 이혼한 배우자가 집값 폭등 후 나타나 27년간 홀로 지켜온 아파트의 지분을 현재 시세로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 AI 생성 이미지
27년간 재산세부터 관리비까지 홀로 부담하며 지켜온 아파트. 19년 전 이혼한 배우자가 집값 폭등 후 나타나 ‘현재 시세’로 지분을 요구하며 소송을 걸어왔다.
법조계는 과거의 약속만으로 시세 기준을 바꾸긴 어렵지만, 19년간의 권리 불행사를 지적하는 ‘신의칙 위반’ 주장과 27년간의 ‘유지 비용 정산’으로 배상액을 낮추는 현실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7년간 나 홀로 지켰는데…” 19년 만에 날아온 소장
A씨는 2006년 이혼한 전 배우자 B씨로부터 19년 만에 소장을 받고 망연자실했다. 이혼 당시 법원은 ‘2010년 8월까지 공동명의 아파트를 처분하라’고 조정했지만, B씨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2024년,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B씨는 돌연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자신의 지분만큼을 돈으로 달라며 공유물 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27년 거주하면서 관리비, 유지비, 재산세 모든 비용으로 이 집을 지켜왔는데”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법원의 원칙은 ‘현재 시세’… 과거의 약속은 휴지조각?
A씨의 바람과 달리, 법원은 분할 시점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원칙이다.
김연주 변호사는 “공유물분할 사건에서 가액 산정 기준은 원칙적으로 변론종결일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소송이 진행 중인 현재의 시세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2010년까지 처분하라는 조정조서가 있었더라도, 실제로 부동산 처분이나 지분 이전 등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공유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과거의 약속만으로 현재 시세 기준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반격 카드 ①: 19년의 침묵, '신의 없는 권리'로 맞서라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B씨의 소송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19년간 권리를 방치하다가 집값이 오르자 이익만 챙기려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특히 한대섭 변호사는 이를 ‘실권의 법리’로 설명하며 적극적인 법리 주장을 주문했다. 그는 “상대방이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귀하로서는 상대방이 더 이상 권리를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가졌음을 강조하십시오. 이를 '실권의 법리'라고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A씨가 B씨의 권리 불행사를 믿고 27년간 집을 유지해왔다는 신뢰를 재판부에 설득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격 카드 ②: 27년치 '관리비 청구서'가 가장 현실적 해법
다만 신의칙 주장이 법원에서 엄격하게 판단되는 만큼, 변호사들은 더 현실적이고 강력한 카드로 ‘비용 정산’을 꼽는다.
홍윤석 변호사는 시세 기준 변경이 어려울 경우를 전제로 “시점 변경이 어렵다면, 의뢰인께서 27년간 단독으로 부담하신 재산세, 유지비 등 각종 비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셔야 합니다. 이를 부당이득반환 등으로 구성하여 상대방에게 지급할 가액에서 상계하거나 공제하는 방향으로 금액을 낮추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조언했다.
김연주 변호사 역시 “결국 항소에서는 가액 기준 자체를 바꾸기보다, 점유 경위, 비용 부담, 지연 경위 등을 종합해 분할 방식이나 금액 조정을 설득력 있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며 실질적인 금액 조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가 집의 가치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데 기여한 부분을 금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소송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