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상에 풀어줬더니 사라진 60억 사기범, 도주죄는 피해도 '가중처벌'은 못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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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상에 풀어줬더니 사라진 60억 사기범, 도주죄는 피해도 '가중처벌'은 못 피한다

2025. 11. 06 09:4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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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여 명 상대 60억 사기 총책 A씨

9월 25일 '구속집행정지'로 임시 석방 후 잠적

원 재판서 '괘씸죄' 더해져 형량 대폭 늘어날 것

부산 구치소 모습. /연합뉴스

130여 명으로부터 60억 원대 투자금을 가로챈 사기 조직 총책 30대 A씨.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A씨는 모친상을 당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임시 석방된 뒤, 한 달 넘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법원의 인도적 배려를 악용하고 증발해버린 A씨. A씨에게 '도주죄'라는 혐의가 추가될 것이라 예상하지만, 법적으로 따져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장례식장 다녀오라 했더니 '잠수'

A씨는 지난 9월 25일, 모친상을 당하자 법원에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해 허가를 받았다. '구속집행정지'(형사소송법 제101조)란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장례식 참석 등 중대한 사유가 생겼을 때, 법원이 주거를 제한하는 등의 조건으로 일시 석방하는 제도다.


하지만 A씨는 법원이 정한 복귀 만료 날짜가 지나도록 구치소에 돌아오지 않았다. 검찰은 즉시 A씨에 대해 지명수배와 출국금지 조처를 내리고 한 달 넘게 A씨를 쫓고 있다.


복귀 안 하면 '즉시' 지명수배

A씨가 정해진 시간에 복귀하지 않은 순간, 법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구속집행정지는 법원이 정한 기간이 만료되면 그 효력이 자동으로 사라진다. 즉, A씨는 복귀 시간이 지난 즉시 구속영장이 살아있는 도망자 신분이 됐다.


검찰은 즉각 기존 구속영장 효력에 따라 A씨를 재구금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형사소송규칙 제56조), 현재의 지명수배는 이 재구금을 집행하기 위한 절차다. 또한, 법원은 A씨가 "도망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고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즉시 취소할 수 있다.


'도주죄' 처벌은 안 받는다... 왜?

그렇다면 A씨에게 형법상 '도주죄'가 추가로 성립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도주죄로 처벌받지는 않는다.


우리 형법 제145조가 규정하는 도주죄는 "법률에 따라 체포되거나 구금된 자"가 도망쳤을 때 성립한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집행정지나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를 법적으로 구금된 상태로 보지 않는다.


과거 법원 판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단2938) 역시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된 후 도망하는 행위를 별도로 (도주죄로) 처벌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괘씸죄 추가... 원 재판서 형량 가중

그렇다고 A씨가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A씨는 '도주죄'라는 별도 범죄는 피했지만, 정작 본인의 60억 대 사기 사건 재판에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도주 사실 자체가 원 사건의 매우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가 인도적 차원에서 내려준 법원의 신뢰를 정면으로 배신했다고 판단한다. 실제 판결문에서도 "구속집행정지를 기화로 도주하였던 점"(서울서부지방법원 2012노1153)이나 "풀려난 후 도주하여 소환에 불응하였다는 이유" 등은 형량을 높이는 불리한 정상으로 꾸준히 참작돼 왔다.


A씨는 이번 증발로 인해 60억 사기 사건 재판에서 선처를 받을 일말의 가능성을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또한, 만약 검거되더라도 향후 재판 과정에서 보석이나 추가 구속집행정지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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