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6000억 인건비 빼돌린 공공기관… 임직원 횡령·배임 수사 초읽기
8년간 6000억 인건비 빼돌린 공공기관… 임직원 횡령·배임 수사 초읽기
'편법 상향' 수법, 5·6급을 4급으로 둔갑시켜 거액 챙겨
징역형 처벌 가능성까지 제기돼

국민권익위원회 /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정부 지침을 위반하고 인건비를 약 6천억 원 가까이 과다 편성해 직원들에게 부당하게 지급해 온 공공기관을 적발하고 감독기관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 공공기관은 8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편법을 동원해 인건비를 부풀려 온 것으로 드러나, 관련 임직원에게 업무상 횡령·배임죄가 적용될지 여부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기준' 지침 무시하고 '정원 기준'으로 부풀린 인건비 6천억
이번에 권익위에 적발된 공단 A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8년간 정부의 예산 운용 지침을 위반하며 거액의 인건비를 과다 편성했다. 핵심은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데 있다.
해당 지침은 공공기관이 직원의 각급 정원과 현원에 차이가 있을 경우, 실제 근무하고 있는 인원(현원)을 기준으로 인건비를 편성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4급 정원이 10명, 5급 정원이 10명이지만 실제로는 4급 0명, 5급 20명이 일하고 있다면, 인건비는 20명 전원을 5급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공단 A는 이 원칙을 무시했다.
조사 결과, 공단 A의 4급 현원은 단 6명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원인 50명에 맞춰 보수를 산정했다. 5급 및 6급 직원들의 명의를 4급으로 편법 상향해 과다하게 인건비를 편성한 것이다.
공단 A는 이러한 방식으로 부풀린 인건비 5,995억 원을 '정규직 임금인상'이라는 명목으로 매년 연말 직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밝혀졌다.
권익위, '반복적·장기간 위반'에 철저한 조치 요구하며 칼 빼들다
공단 A의 이 같은 인건비 부풀리기 위반 사실은 당초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2024년에 한 차례 적발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공운위는 2023년 사례에 대해서만 감액 조치를 했을 뿐, 장기간 이어진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권익위는 사건을 다시 면밀히 조사해, 임금 부풀리기가 2016년부터 장기간에 걸쳐 반복되어 왔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이에 권익위는 "철저히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공단 감독기관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는 과거의 위반 행위 전체에 대한 명확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단순 지침 위반' 넘어 '형사 처벌' 가능성 주목…법조계의 분석은?
이러한 공공기관의 인건비 부당 지급 행위에 대해 법조계는 업무상 횡령죄 또는 업무상 배임죄 적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유사 사례를 분석해보면,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은 법적 강제력이 있는 규범이 아닌 내부적 감독작용에 해당한다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지침을 위반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법률분석에 따르면, 공단 임직원이 업무상 보관하는 공단의 자금을 부당하게 편취했거나(횡령), 임무에 위배해 공단에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경우(배임)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허위 직원 등재나 인건비 부풀리기 수법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한 민간 기업 대표나 연구비를 부정수급한 대학교 연구책임자 등은 이미 징역형(집행유예 포함)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판례들이 존재한다.
공단 A의 경우, 부당하게 편성된 약 6천억 원의 인건비를 직원들이 '정규직 임금인상' 명목으로 실제 수령했으므로, 이 행위는 공단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간주되어 업무상 횡령죄나 배임죄로 처벌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영실적 평가 결과 경영지침 위반으로 경영부실을 초래한 기관에 대해 기획재정부장관이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인사상 또는 예산상의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단 A는 기관 차원의 강력한 행정적 제재 역시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의 이첩으로 인해 감독기관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공단 A와 개별 임직원들에 대한 사법적·행정적 책임을 물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