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팔아놓고 10분 거리에 똑같은 식당 차린 전 주인…'간판 떼라'는데, 어쩌죠?
가게 팔아놓고 10분 거리에 똑같은 식당 차린 전 주인…'간판 떼라'는데, 어쩌죠?
계약서에 없던 '본점' 명칭 사용 금지 요구…변호사들 "오히려 전 주인의 '경업금지' 위반"

식당을 인수한 A씨가 전 주인 B씨에게 '본점' 명칭을 떼라는 요구를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몇 달 전 식당을 인수한 A씨는 최근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가게를 팔았던 전 주인 B씨가 '본점'이라는 명칭을 간판에서 떼라는 것이었다.
A씨는 식당을 인수하며 간판과 상호, '지역본점'이라는 이름까지 그대로 넘겨받았다. 매매계약서에도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었다. 심지어 B씨는 A씨 식당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같은 이름의 식당을 새로 차려 운영하고 있었다.
상표 등록도 되어 있지 않은 개인 식당의 상호. B씨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A씨는 간판을 내려야 할까?
계약서에도 없던 '간판 철거' 요구, 알고 보니 10분 거리에 똑같은 가게 차린 전 주인
A씨는 몇 달 전 전 업주 B씨로부터 ‘OO본점’이라는 식당을 인수했다. 인수 당시 사용하던 간판과 상호, ‘지역본점’ 명칭을 그대로 넘겨받았고, 인터넷 홍보도 같은 이름으로 계속해 왔다.
인수 후 수개월이 지나자 B씨는 돌연 ‘지역본점’ 명칭을 떼고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매매계약서에는 명칭 사용에 대한 어떤 제한 조항도 없었고, B씨 역시 A씨가 해당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B씨가 A씨의 가게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똑같은 상호의 식당을 새로 열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해당 상호는 상표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고, 같은 지역에 동일한 이름의 식당도 4~5곳이 더 있는 상황이었다.
변호사들 "간판 바꿀 의무 없다…오히려 전 주인이 법 위반"
변호사들은 결론부터 말해 A씨가 간판을 바꿀 법적 의무가 없으며, 오히려 전 주인 B씨의 행동이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현림 윤상현 변호사는 "질문자님이 명칭을 바꿀 법적 의무는 없다고 판단되고, 오히려 전 업주 쪽이 법을 어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잘라 말했다.
B씨가 명칭 사용 금지를 주장할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상표등록이 없다면 상표법상 배타적 권리는 인정되기 어렵다"며 "동일 지역에 같은 상호를 쓰는 식당이 4~5곳 있다는 점은 그 표지의 식별력이나 주지성을 인정받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상표등록이 없어도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보호받으려면 해당 상호가 '국내에 널리 알려진(주지성)' 영업표지여야 하는데,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계약서에 명칭 사용 제한 조항이 없고, B씨가 수개월간 문제 삼지 않은 점도 A씨에게 유리한 정황이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오동현 변호사는 "인수 후 수개월간 전 업주가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점은, 명칭 사용에 대해 사실상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짚었다.
A씨의 '반격 카드', 상법상 '경업금지 의무'
다수의 변호사는 A씨가 방어에 그칠 게 아니라 오히려 B씨의 법 위반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바로 상법상의 '경업금지 의무'다.
상법 제41조는 영업을 양도한 사람이 별다른 약정이 없으면 10년간 같은 시·군과 인접 지역에서 동종영업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 B씨가 식당을 A씨에게 넘긴 뒤 10분 거리에 같은 이름의 가게를 차린 것은 이 조항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차량 10분 거리는 통상 동일 시·군 또는 인접 시·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귀하 쪽에서 전 업주를 상대로 영업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이룰성 성근모 변호사 역시 "전 업주가 인근에 동일한 상호의 식당을 개업하여 운영 중이라면, 오히려 상법 제41조의 ‘영업양도인의 동종영업 금지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B씨의 요구에 섣불리 응하기보다 법적 검토를 거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법무법인 대환 김상훈 변호사는 "영업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점을 내용증명으로 정리하여 회신하시기를 권해 드린다"고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제시했다.
다만 '상호' 계속 쓰면 전 주인의 '빚' 떠안을 수도
한편,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데 따르는 법적 위험을 점검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법무법인 우선 조상우 변호사는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영업양수인은 상법 제42조에 따라 양도인의 영업상 채무까지 변제할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B씨에게 미지급 식자재 대금 등 빚이 남아 있었다면, 거래처가 A씨에게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인수 직후 채무를 인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통지나 등기를 해 두지 않으셨다면 이 위험은 그대로 남아 있다"며 명칭 유지 여부는 이 부담을 확인한 뒤 결정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