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막겠다" 집주인 통보, 세입자는 3주 뒤 거리로?
"전세대출 막겠다" 집주인 통보, 세입자는 3주 뒤 거리로?
묵시적 갱신됐는데…보증금 인상 거부하자 돌아온 '대출 갑질'

계약 자동 연장 후 보증금 인상을 거부한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대출 연장을 막겠다고 협박했다. / AI 생성 이미지
법적으로 계약이 자동 연장된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보증금 1천만 원 인상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하자 전세대출 연장을 막겠다고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은행은 "임대인 비협조 시 대출 연장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대출 만기일을 불과 3주 앞둔 세입자는 적법한 권리와 냉혹한 현실의 벽 사이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보증금 1천만원 인상' 거절하자, '대출 방해' 협박으로
청년 전세자금 대출로 전셋집에 사는 A씨는 최근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했다.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집주인으로부터 계약 해지나 조건 변경에 대한 어떠한 연락도 받지 않아, 법에 따라 계약이 동일 조건으로 2년 더 자동 연장되는 '묵시적 갱신'이 성립된 상황이다.
당연히 대출 연장이 될 것으로 믿고 은행에 절차를 문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집주인 모친의 황당한 요구였다. 과거 A씨가 잠시 이사를 고민했다가 철회한 것을 빌미 삼아 "보증금을 1천만 원 올리라"고 요구한 것이다.
A씨가 묵시적 갱신을 근거로 이를 거부하자, 집주인 측은 "대출 연장 심사 과정에서 비협조 및 훼방을 놓겠다"며 노골적인 협박을 시작했다.
A씨가 대출을 받은 카카오뱅크는 "임대인 측 비협조 시 대출 연장 불가"라는 절망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법은 임차인 편, 그러나 은행 내규는 '현실의 벽'
법률 전문가들은 집주인의 요구가 명백히 부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더블유 유수빈 변호사는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보며, 대법원도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임대인 측이 요구하는 보증금 1,000만 원 인상은 묵시적 갱신의 효과로서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이 유지되므로 법적으로 응할 의무가 없습니다"라고 단언했다.
문제는 법적 권리가 금융기관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은행의 내부 규정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은행의 대출 심사 규정을 법적으로 강제하기는 어려우며, 대출 미연장 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임대인에게 책임을 묻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압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법적 권리와는 별개로, 대출 연장의 키를 쥔 은행을 강제할 수 없는 셈이다.
섣부른 이사는 금물…'내용증명'으로 법적 책임 물어야
그렇다면 A씨는 3주 안에 짐을 싸야 할까? 변호사들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묵시적 갱신으로 이미 2년의 거주 기간을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법은 집주인의 '협조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경고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심 심규덕 변호사는 "즉시 변호사 명의로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임대인의 고의적 비협조로 발생하는 대출 연체, 이자 부담 증가, 신용 불이익 등 모든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만약 집주인의 방해로 실제 손해가 발생한다면 이는 임대인의 책임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법률사무소 새율 강민기 변호사는 "집주인이 대출 연장을 방해한 결과로 임차인이 손해를 입은 경우, 이는 집주인의 방해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사유가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당장 이사할 집을 알아보기보다 집주인과의 대화 내용 등 증거를 확보하고, 내용증명을 통해 법적 조치를 예고하며 압박하는 것이 최우선 대응책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