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숨긴 착오송금”…회사는 돈을 받을 수 있을까?
“1년간 숨긴 착오송금”…회사는 돈을 받을 수 있을까?
실수보다 무서운 ‘보고 누락’의 대가, 변호사 9인의 진단은?

한 직원이 착오송금 사실을 1년간 숨겨 회사가 큰 손실을 입었다. / AI 생성 이미지
한 직원의 착오송금이 1년간의 침묵 속에 묻혀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안겼다. 사건의 핵심은 단순 실수가 아닌, 문제를 인지하고도 1년간 보고를 누락해 회수 기회를 날려버린 ‘중과실’에 있다.
회사는 신원보증보험과 개인 변상을 저울질하고 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회사의 ‘감독 부실’ 책임도 가볍지 않아 전액 회수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 청구와 개인 소송의 득실, 그리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최적의 ‘투트랙’ 전략을 집중 분석했다.
1년간의 침묵…실수에서 ‘중과실’로 번진 착오송금
사건은 2024년 10월, 공직유관단체 자금담당자 A대리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거래처에 가야 할 돈이 엉뚱한 계좌로 송금된 것이다.
A대리가 이 사실을 깨달은 것은 5개월 뒤인 2025년 3월. 하지만 그는 상급자 보고 대신 동료인 B과장과 개인적인 수습을 모의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A대리의 침묵은 무려 1년 넘게 이어졌다.
결국 2026년 3월, 거래처의 거듭된 문의로 팀장이 이 사실을 인지했을 때,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송금받은 업체는 폐업했고, 계좌는 지급정지 상태가 되어 은행으로부터 '반환 불가' 통보를 받았다. 모든 것이 드러나자 A대리는 사직서를 제출하며 개인 변상 의사를 밝혔다.
신원보증보험 믿었다간 ‘큰코’…감독 소홀이 발목 잡나
회사가 손실을 보전할 첫 번째 카드는 A대리의 신원보증보험이다. 직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해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단순 착오송금이 아닌, 1년간의 '보고 누락'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홍윤석 변호사는 “A대리가 1년 이상 사실을 은폐하여 반환 기회를 상실하게 한 점은 중과실로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보험 청구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보험사는 회사의 책임을 문제 삼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 김정묵 변호사는 “신원보증보험은 A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구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험사는 '최초 송금은 단순 실수다', '결재라인과 회사 내부통제 책임도 있다', '사고 통지가 늦었다'는 이유로 감액 또는 거절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조범수 변호사 역시 “특히 결재라인에 있었던 팀장과 처장, 착오송금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후속조치를 하지 못한 회계담당자 B의 관리 책임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지도 함께 검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며 A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인 변상 청구, 100% 가능할까? “손해의 공평한 분담”
두 번째 카드는 A대리 개인에 대한 변상 청구다. A대리가 변상 의사를 밝히고 있어 합의 가능성은 있지만, 소송으로 갈 경우 법원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 원칙을 적용한다.
장두식 변호사는 “그 청구 가능 범위(전액 vs 일부)는 대법원이 제시한 '손해의 공평한 분담(신의칙)' 기준에 따라 회사 내부통제·결재라인의 점검 가능성, 업무상 위험 부담, A의 지위·권한, 고의/중과실 여부 등을 종합해 제한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법원이 회사 측의 감독 책임을 고려해 A대리의 배상액을 일부 감경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결재 라인에 없었지만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B과장의 책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배진혁 변호사는 “결재라인에 없던 B과장 역시 상급자로서의 보고 의무 위반(조직 내 알릴 의무를 다하지 않음) 조항에 따라 공동불법행위 책임이나 구상권(대신 갚아준 돈을 청구함) 청구 대상에 포함될 소지가 존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최선의 전략은 ‘투트랙’…보험 청구와 개인 합의 병행해야
그렇다면 회사가 손실을 최소화할 최적의 방안은 무엇일까? 다수의 전문가가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보험 청구를 우선 진행하면서, 동시에 A대리 개인과의 변상 합의를 병행하는 것이다.
강원모 변호사는 “감사결과(또는 내부 변상결정) 확보 + A와의 변상합의(분할변제, 공증/집행력 확보, 담보 설정 등)를 병행하는 방식이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흐름입니다”라고 조언했다.
김정묵 변호사 또한 “실무적으로는 보험청구를 먼저 하면서, A에게 변상확인서 또는 분할변제약정을 받아두는 방식이 좋습니다”라며, 보험금이 지급되면 그만큼 손실액에서 공제하고, 부족분은 개인 변상으로 보완하는 구조가 가장 실익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직원의 중과실은 명백하지만, 회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 역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금전 손실을 넘어 조직 전체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