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친구에게 음란물…사칭, ‘이 죄명’ 아니면 처벌 어렵다
내 이름으로 친구에게 음란물…사칭, ‘이 죄명’ 아니면 처벌 어렵다
단순 사칭은 명예훼손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계정 삭제해도 끝 아니다

타인의 SNS를 도용해 음란 메시지를 보내는 사칭 범죄는 단순 사칭보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처벌 가능성이 높다. / AI 생성 이미지
어느 날 모르는 이가 내 미성년자 동생의 SNS 계정을 똑같이 만들어 친구들에게 음란 메시지를 보냈다면 어떤 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범인이 계정을 삭제하고 사라져도 추적은 가능하지만, 핵심은 ‘어떤 죄명’으로 고소하느냐다.
미성년자 동생의 SNS 사칭 피해 사례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핵심 법리를 짚으며 증거 확보와 신속한 고소가 ‘골든 타임’을 잡는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내 얼굴로 친구에게 '야한 말'…지옥이 된 SNS
상담을 요청한 A씨의 동생은 미성년자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인스타그램에서 동생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해 사칭 계정을 만들었다.
범인은 곧바로 동생의 친구와 지인들에게 접근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성·음란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들은 당연히 동생이 보낸 메시지인 줄로만 알았다.
동생은 극심한 불안감과 수치심에 빠졌고, 하루아침에 교우관계는 지옥으로 변했다. 범인은 다음 날 일부 메시지를 지우고 계정을 탈퇴하며 모든 흔적을 지우려 했다.
단순 사칭은 처벌 못 한다?…대법원 판례의 ‘함정’
이런 경우 흔히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을 떠올리지만, 법의 문은 그리 간단히 열리지 않는다.
법률 분석에 따르면, 대법원은 단순히 타인을 사칭해 그 사람이 쓴 것처럼 글을 올리는 행위 자체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 아니므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7도607 판결). 즉, 범인이 피해자인 ‘척’한 것이지, 피해자에 ‘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린 게 아니라는 논리다.
따라서 이 사건의 핵심은 ‘피해자가 음란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라는 허위 사실을 퍼뜨려 명예를 훼손했다는 관점에서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률 전문가들이 “법리적으로 정교하게 고소장을 작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명예훼손부터 성범죄까지…'종합선물세트' 범죄
이 사건은 단일 범죄가 아닌 여러 혐의가 얽혀 있다. 윤관열 변호사는 “단순 장난 수준을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고,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실제로 오해가 발생했으며 정신적 충격까지 겪고 있다는 점은 사건의 중대성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형법상 명예훼손 외에도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 이용음란죄, 모욕죄, 스토킹 범죄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백세훈 변호사는 사칭 행위가 반복될 경우 “스토킹으로 고소하는 것이 특히 유리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 자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다.
계정 삭제는 끝 아냐…'골든타임'과 '투트랙' 전략
범인이 계정을 삭제했다고 해서 완전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조상우 변호사는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는 계정 탈퇴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접속 IP, 메시지 로그가 영구 파기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고소 접수 직후 수사기관을 통한 자료 보존 요청을 신속히 진행해 두는 것이 골든 타임 확보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사칭 계정 프로필, 메시지 캡처, 친구들의 진술 등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증거다. 더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투트랙’ 전략도 제시됐다.
조상우 변호사는 “사칭당한 동생은 명예훼손·모욕의 피해자 지위에 있고, 메시지를 직접 받은 친구들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별도 피해자 지위에 있다”며 “친구들의 협조를 얻어 입장별로 고소장을 분리 제출하면 죄책의 외연이 확장되며 수사 우선순위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 고소와 별개로, 범인이 특정되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