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망해 집 팔았더니 "재산 빼돌렸다" 고소 위협…'고시원 사는데 이게 말이 되나'
사업 망해 집 팔았더니 "재산 빼돌렸다" 고소 위협…'고시원 사는데 이게 말이 되나'
채무자 재산 처분 둘러싼 '사해행위'·'강제집행면탈' 쟁점 분석…법조계 "처분 대금 사용처 입증이 운명 가른다"

사업 실패로 전 재산을 잃은 A씨가 마지막 남은 집 한 채를 팔았다가 '재산은닉' 혐의로 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처했다./셔터스톡
사업 실패로 전 재산을 잃고 고시원 신세가 된 가장 A씨가 마지막 남은 집 한 채를 팔았다가 '재산은닉' 혐의로 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처했다.
채권자는 "빚 갚을 재산을 빼돌렸다"고 주장하지만, A씨는 "가족 모두가 기초생활수급자인 마당에 이게 말이 되느냐"며 절규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마지막 집 팔았더니 '범죄자'라니"
한때 건실한 사업가였던 A씨의 삶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사업 실패 후 모든 것을 잃고, 이제 그의 거처는 창문도 없는 비좁은 고시원이다. 가족들마저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 상황.
그는 채무조정(워크아웃)을 통해 재기를 꿈꾸며 마지막 남은 집 한 채를 급히 처분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재기의 발판이 아닌, "사해행위취소소송과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하겠다"는 채권사의 날벼락 같은 통보였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집 매각이, 이제 그를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공포로 다가온 것이다.
"살기 위한 매각인가, 재산 빼돌리기인가…법의 심판대는 '의도'를 본다"
법조계는 이를 목적이 다른 '투 트랙 전략'으로 분석한다. 사해행위취소소송(민사)은 A씨가 판 집을 다시 A씨의 재산으로 원상 복구시켜 강제집행하려는, 즉 '집을 뺏기 위한 소송'이다.
반면 강제집행면탈죄(형사) 고소는 A씨를 경찰서와 검찰청에 불려 다니게 하고,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형까지 가능한 '전과자'로 만들 수 있다. 이는 '사람을 옥죄어 돈을 받아내려는 압박 카드'인 셈이다.
집을 잃는 것을 넘어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 A씨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이유다.
법률 전문가들은 두 경우 모두 A씨의 '의도'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기윤 변호사는 "단순히 경제적 곤란으로 급매 처분한 것인지, 아니면 특정 채권자를 해할 목적이었는지가 관건"이라며 "정당한 시세로 팔았고, 그 대금을 다른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썼다면 사해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법원 역시 채무 변제를 위해 부동산을 시세에 맞게 매각한 경우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본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3다83992 판결 등).
"통장 내역이 운명을 가른다…'살기 위한 처분'이었음을 증명하라"
결국 A씨의 운명은 '돈의 행방'에 달렸다. 부동산을 판 돈을 어디에 썼는지 증명하는 것이 전부다.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단 하나의 증거는 바로 '처분 대금의 투명한 사용 내역'이다.
이희범 변호사는 "통장 내역, 생활비 지출 증빙, 다른 빚을 갚은 이체 기록이 A씨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선종 변호사 역시 "처분 경위, 매각 금액의 적정성, 대금 사용처 등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고의성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A씨가 부동산을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가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넘겼거나, 매각 대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면 법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실패 후 생계를 유지하거나 다른 채무를 갚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객관적 자료로 증명한다면, 채권사의 주장을 방어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소송이나 고소가 실제 진행될 경우, 초기 단계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