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나온 성관계 영상 유포한 범인, 합리적 의심만으로 신고 가능할까?
내 얼굴 나온 성관계 영상 유포한 범인, 합리적 의심만으로 신고 가능할까?
증거 부족한 성범죄 피해 신고, 무고죄 될까

자신의 얼굴이 담긴 영상이 유포된 걸 발견한 피해자. 범인을 특정해 신고했지만, 경찰로부터 “무고죄로 고소당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셔터스톡
자신의 얼굴이 담긴 성관계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된 사실을 발견하고 용의자를 신고한 피해자가 경찰로부터 무고죄 가능성을 경고받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어느 날 A씨는 한 성인 사이트에서 자신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 성관계 영상을 발견했다. 영상 속 남성은 식별되지 않았고, 촬영 시기나 장소조차 흐릿했다. A씨는 영상에 접근하고 유포할 만한 인물이 단 한 명뿐이라고 판단, 그를 피의자로 특정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뜻밖의 경고였다. 경찰은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무고죄로 고소당할 수 있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신고를 진행하라고 안내했다.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조차 두려워진 A씨는 결국 변호사들에게 도움을 구하기에 이르렀다.
피해 신고가 무고죄로 바뀌는 순간은?
변호사들은 A씨가 무고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무고죄(형법 제156조)는 타인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없는 사실을 꾸며서 신고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무고죄의 핵심은 허위 사실 신고 여부"라며 "A씨는 실제로 본인의 영상이 유포된 것을 발견한 것이므로 허위 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법률사무소 정중동 김상윤 변호사 역시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사실에 근거해 신고했다면, 설령 수사 결과 피의자가 혐의를 벗더라도 무고죄가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증거 부족한데 용의자 지목, 정말 괜찮나
그렇다면 명확한 증거 없이 용의자를 지목한 행위는 문제가 없을까. 이 지점에서 경찰이 무고죄를 언급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불법촬영물 유포 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가해자를 명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법원도 인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설령 피의자를 잘못 특정하여 고소를 하였더라도, 영상 유포라는 피해 사실 자체가 허위가 아니므로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핵심은 고의성이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무고는 허위임을 알면서도 상대방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경우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A씨처럼 실제 피해를 바탕으로 합리적 의심을 품고 신고한 것은 허위임을 아는 상태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선의 김우중 변호사는 "기억에 의존해 고소하되, 불명확한 부분은 불명확하다고 이야기하면 무고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없다"며 진술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