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에 6천만원 빚더미, 사기죄 협박까지
200만원에 6천만원 빚더미, 사기죄 협박까지
“빚 못 갚으면 사기”라는 채권자, 변호사들 “오히려 당신이 피해자”

한 남성이 지인의 부탁으로 6천만원 공증을 서줬다가 빚을 떠안고, 사기 고소 협박을 받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공증을 서주면 200만원을 주겠다”는 지인의 말에 공동채무자가 되었다가 6천만원의 빚을 떠안고 사기죄 고소 협박까지 받게 된 한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들은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협박과 허위 내용으로 공증을 받아낸 채권자 측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소송 없이도 재산을 압류할 수 있는 공정증서의 효력을 막는 민사적 대응이라고 조언했다.
200만원 때문에 6천만원 공증…거절하자 “사기 고소” 협박
사건의 발단은 약 16개월 전 한 카페에서 시작됐다. A씨는 지인이 “채무 변제 계획이 확실하다”며 이미 빌린 돈에 추가 대출을 받는 건에 공증을 서달라고 부탁하자, 2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A씨가 막상 공증을 서지 않겠다고 하자, 지인은 돌변해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며 전자계약서 서명을 강요했다. 결국 A씨는 6천만원에 달하는 빚에 공동채무자로 이름을 올렸다. 공정증서에는 A씨가 실제로는 아닌 ‘임대사업자’로 기재되는 등 허위 내용도 담겼다.
처음에는 이자를 요구하지 않던 채권자는 다른 공동채무자와 사이가 틀어지자 연 20%의 이자를 요구했고, A씨는 매달 100만원씩 7~8개월간 홀로 이자를 납부했다. 감당이 어려워져 잠시 기다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는 협박뿐이었다.
“돈 못 갚으면 사기죄?” 변호사들 “NO, 명백한 민사 문제”
A씨의 가장 큰 두려움은 ‘사기죄’로 형사 처벌을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사기죄는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 없이 상대를 속여 돈을 빌렸을 때 성립하는데, A씨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당시 직장도 있었고 실제로 일부 상환과 이자 지급까지 했다면 ‘처음부터 편취 의도’로 보기는 쉽지 않다”며 “단순 채무불이행은 원칙적으로 민사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법률사무소 조이 윤관열 변호사 역시 “차용 당시부터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이 입증되어야 형법상 사기가 인정된다”며 “일부 이자를 실제로 지급해 온 사정이 있다면, 통상은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잘못된 공증과 협박, 반격 카드는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A씨가 수동적으로 방어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채권자와 채무자를 상대로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채권자의 행위에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로고스 김현철 변호사는 “공증을 서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에 대하여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면서 위협을 가해 공증을 하게 한 부분은 형사상 강요죄 성립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도 “기망과 강박에 의해 작성된 공정증서는 그 효력을 다툴 수 있다”며, 허위 내용에 대해서는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 강제집행을 저지할 수 있다”고 대응책을 제시했다.
나아가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이는 A씨를 상대로 한 기망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며, 오히려 A씨가 피해자로서 사기죄 고소를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역으로 공세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가장 시급한 건 ‘강제집행’, 증거 확보부터
형사상 사기죄 성립 가능성은 낮지만, 민사상 위험은 현실적이다. 공정증서는 판결 없이도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는 ‘집행권원’이 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클래식 이경복 변호사는 “지금 가장 급한 건 공정증서가 있으면 채권자가 소송 없이 강제집행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집행 대응부터 변호사와 설계하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모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증을 강요당했던 대화 내역, 허위 내용이 기재된 공정증서, 이자 납부 기록, 아버지 직업을 언급하며 압박한 협박성 발언 등 관련 자료를 모두 모아 법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공증 하나로 빚더미에 앉고 범죄자 취급까지 받게 된 A씨가 법의 도움으로 족쇄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